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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파묘 / 영화 줄거리

목차
1. 개요
2. 프롤로그
3. . 음양오행(陰陽五行)
4. . 이름 없는 묘()
5. . 혼령(魂靈)
6. : 동티(動土)
7. . 도깨비불(おに)
8. . 쇠말뚝(鐵針)
9. 에필로그

1. 개요

영화 파묘의 줄거리다. 영화는 프롤로그 이후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편이 시작되기 전에 제작/배급사 쇼박스의 오프닝 영상이 흑백에 무음으로 나오고 제목 '파묘 破墓'가 뜬 다음 영화가 시작된다.

2. 프롤로그

여객기를 타고 이동 중인 무당 화림(김고은 )과 그녀의 제자인 법사 봉길(이도현 )을 비추며 영화가 시작된다. 비즈니스석에 앉은 화림은 창가를 바라보고 있고, 그 옆에서는 봉길이 헤드폰을 쓴 채 자고 있다. 스튜어디스가 일본어로 와인을 권하자, 화림이 유창한 일본어로 괜찮다고 한 뒤 자신은 한국인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그들을 맞으러 나온 의뢰인의 회계사(박지일 )가 차로 두 사람을 모시면서 자신의 고용주에 대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바탕으로 부동산업을 해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태어날 때부터 밑도 끝도 없이 부자인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그들은 병원에 도착하고, 집사는 병실 문 앞에서 뭔가 못마땅해 하는 여자(정윤하 )와 대화를 나눈 뒤 화림 일행을 병실 안으로 불러들인다. 이마에 센서를 붙인 갓난아기가 병상에 누워있는 것을 화림과 봉길이 바라보다 화림이 휘파람을 불기 시작한다. 이들을 데려온 집사가 '지금은 약물 때문에 진정은 됐는데, 태어날 때부터 울음을 그치지 않고 있고, 유명하다는 의료진이 전부 붙어 봤지만 의료 클리닉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고 설명한다. 화림은 병실 안에 자신들만 있을 수 있겠냐고 물어보고 못마땅한 기색의 아기 엄마와 의료진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낸다. 직후 봉길은 가방을 열어 실로 짠 부적 주머니 하나를 아기 배 위에 올려두며 경문을 외우고, 화림은 음료수 캔을 따서 한 모금 마신 뒤 손으로 아기의 눈을 열어 눈동자를 확인한다.

 

얼마 후 화림은 아기 엄마와 집사를 불러 말한다. "집에 비슷한 사람들이 있겠네요... 아버지하고 할아버지". 이 얘기를 듣고 놀란 아기 엄마와 집사는 "지금 지용 씨랑 아버님 얘기하는 거 맞죠?" ""하고 대화한다.

 

그리고 대화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화림의 독백이 시작된다. 독백 중에 배경은 병원에서 의뢰인의 저택으로 이동하는 벤츠를 따라간다.

 

저 얼굴들. 의심에서 놀라움으로 바뀌는 저 표정. (병원에서 벤츠가 출발해서 야자수 길로 꾸며진 해변 도로로 나아간다. 해가 기우는 늦은 오후의 해변 가가 비친다.) 언제나 밝은 곳에서 살고, 환한 곳만 바라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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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음양오행(陰陽五行)

해가 기울어가는 늦은 오후, 해변 가 도로를 달리는 검은 벤츠. 차 뒷좌석에 앉아 차창 밖을 바라보는 화림의 얼굴 옆에 소제목이 뜨고 독백이 이어진다.

 

세상은 환한 빛이 있어야 우리 눈에 보인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보이고 만질 수 있는 것들만 믿는다. 환한 빛이 있는 세상. 그리고 그곳의 뒤편. (의뢰인의 저택에 차가 도착하고, 저택 안의 풍경이 보인다. 창가에서 슬립 차림의 중년 여성이 과도 째로 깎은 사과를 입으로 가져가 먹는다. 그 뒤로 각종 의료기기가 붙은 휠체어에 탄 노인이 있다. 봉길은 응접실 한편에 앉아 뭘 먹고 있고, 화림은 여러 조각상들이 있는 장식장으로 다가간다.) 예전부터 사람들은 그 어둠의 존재들을 알고 있었고,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러 왔다. 귀신, 악마, 도깨비, 요괴.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밝은 곳을 그리워하며 질투하다가 아주 가끔, 반칙을 써 넘어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때 사람들은 날 찾아온다. 음과 양, 과학과 미신. 바로 그 사이에 있는 사람. (이때 흰 골프웨어를 말쑥하게 차려입은 한 남성이 골프백을 들고 들어서고, 곧 봉길과 악수를 나눈다. 이어 화림과 남자는 마주 선다. 화림의 모습이 정면으로 잡힌다.) 나는 무당 이화림 이다.

 

집사람에게 연락 받았다는 남자는 화림과 악수하며 자신을 '박지용'(김재철 )이라고 소개한다.

 

응접실에 앉아있는 세 사람. 화림과 봉길은 2층 쪽을 바라보고 있고, 2층 방 안에서 노인이 고함을 계속 지르며 물건을 내던져 깨부수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 방 앞에서 중년 여성이 이런 일이 일상이라는 듯 위스키 병을 가정부에게서 건네받아 1층의 사람들을 슬쩍 쳐다보고 지나간다.

 

의뢰인인 박지용은 '형이 정신병원에 있다가 결국 자살했는데, 그때부터 자신과 갓 태어난 아들한테, 눈을 감으면 누군가 비명을 지르고 목을 조르는 병이 시작됐다'고 설명하고, 이를 들은 화림은 '장손들, 핏줄 돌림. 보통 처음에는 유전병을 의심하다가 나중에는 집터가 문제라면서 이사까지 다니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때 봉길이 커피 잔 위에서 손바닥을 왔다 갔다 하더니 "그림자"라고 말하고, 화림은 이어서 '이 집에 처음부터 그림자가 보였다며, 여기 핏줄들을 누르고 있는 그림자. 아마도 조부의 그림자일 것'이라 말한다. 놀란 박지용은 "저희 할아버지요?"하고 묻고, 화림은 "쉽게 말해서 묫바람, 보통 산소 탈이라고도 하는데 뭐 한마디로 조상 중에 누군가가 불편하다고 지랄하고 있는 거죠."라고 말한다. 박지용이 확실한 거냐고 묻자 ". 100%" 라고 답한다.

 

박지용이 그럼 자신이 뭘 어떡해야 하는지 묻자 피식 웃은 화림이 말한다. "돈 쓰고 사람 써야죠. 저 혼자서는 안 되고, 전문가들을 불러야 되는데." 그러다 갑자기 누군가가 떠올랐는지 암담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한다. "... . , 왜 섬뜩한 얼굴들이 지나가냐..." 이 말을 들은 봉길도 잠시 생각하다 이내 눈앞이 캄캄해진 듯, "..." 탄식을 내뱉으며 화면은 암전된다.

 

암전된 화면에서 흙을 치우며 등장한 지관 김상덕(최민식 )과 장의사 고영근(유해진 ). 어느 산속에서 후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파묘 작업을 하고 있다. 상덕이 묘 안의 흙을 맛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일꾼 중 한 명이 "파관이요!" 하고 크게 외치고 다른 일꾼들도 복창한다. 이를 듣고 후손들이 우르르 묘소로 다가와 아래를 내려다 보니 이를 본 영근이 어디 어르신 깨우는데 쳐다보냐고 호통을 치자 후손이 죄송하다며 다들 물러난다. 상덕과 영근이 관을 열고, 영근은 관 속에 손을 넣어 물이 차지 않았음과 유해 상태도 깨끗하다는 것을 확인한다. 상덕은 "~~~하다."고 한다. 영근은 '뭘 이렇게 잔뜩 넣어놨냐'며 부장되어 있던 금속 물건들을 밖으로 던져 낸다. 그러면서 금 목걸이와 금시계를 은근슬쩍 주머니에 챙기고 금반지를 유심히 살펴본다.

 

고 장의사가 유골을 수습하는 동안, 상덕은 한 켠에 마련된 캠핑 의자에 편하게 앉아 전자담배를 피우며 앞에 선 김 회장과 이야기를 나눈다.

 

상덕은 김 회장의 모친을 비롯한 집안 어른들의 묫자리를 전부 내가 다 봐줬으니 집안사람들이 발복(發福)해서 건강하고, 사업도 번창했다고 말하자 김 회장도 수긍한다. 상덕이 일어나 묘로 걸어가면서 이곳은 지관 40년을 하면서 본 명당 중에서 베스트에 들어가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김 회장은 아이들은 물론, 최근 집사람의 꿈에도 돌아가신 어머니가 나온다고 말하자 상덕은 손짓으로 대화를 마무리하고 영근을 부른다.

 

상덕: "고 장의사~ 아직 안 끝났어? , 배고프다~"

영근: "나도 고파요~ 이 분도 고프고~ 아니, 어떤 놈이 확인도 안 하고 염을 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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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한 유골을 찬찬히 보던 상덕은 전자담배를 갈무리하며 별 거 아닌 투로 누가 할머니 이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후손들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듯하자, 상덕은 누가 할머니 틀니 가지고 있다고 다시 말한다. 다들 서로를 쳐다보기만 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점점 울먹거리는 막내 손자에게 모인다. 김 회장이 막내아들에게 혹시, 할머니 틀니 가지고 있냐고 물어보고 아내도 막내아들의 옷장에 있던 게 할머니 틀니가 맞냐고 재차 묻는다. 손자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지만 할머니를 기억해줄 할머니의 물건들이 다 타버려 틀니라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울먹거리며 말한다. 이에 상덕이 할머니가 배고프시니 틀니를 돌려줘야 한다고 달랜다. 손자가 틀니라도 없으면 자기는 할머니를 뭘로 기억할 수 있다며 울기 시작한다.

 

상덕은 아이에게 다가가 할머니는 항상 네 옆에 계신다고 위로한다. 모두가 숙연해진 가운데 일가친척 모두가 손자를 감싸 안고 함께 눈물을 흘린다. 영근은 헛기침을 하며 눈시울을 닦는다.

 

서로 다독이는 가족들의 모습을 상덕이 바라보며 독백이 나온다.

 

핏줄이다. 죽어서도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같은 유전자를 가진 육체와 정신의 공혈(共血) 집단. (김 회장 네 가족들을 비추던 화면이 숲으로 바뀐다. 상덕의 내레이션이 깔리는 가운데, 화면은 숲 속의 여러 풍광, 작은 벌레들, 고운 흙을 손으로 살살 비비며 천천히 걷는 상덕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사람의 육신이 활동을 끝내면 흙이 되고 땅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흙을 마시고, 그 땅을 밟으며, 살고, 죽고, 또 태어나면서 계속 돌고 돈다. , 한마디로 이 흙과 땅이 모든 것을 연결하고 순환시키는 것이다. 미신이다, 사기다, ~ 좆 까라 그래. 대한민국 상위 1%에겐 풍수는 종교이자 과학이다. 난 지관이다. 산 자와 죽은 자들을 위해 땅을 찾고 땅을 파는 풍수사, 호안(虎眼) 김상덕이다.

 

저녁, 의열 장의사 사무실에서 상덕과 영근이 막걸리와 함께 소고기와 송이버섯을 구워 먹는다. 영근이 오늘 갔던 장소가 명당은 맞냐고 물어보자 상덕은 "아니, 이 사람이 뭔 소리하고 있어? 그래도 단골인데."하니 영근이 "아니, 아까 그 무덤 보니까... , 현무도 좀 약간 애매~하고, 범도... 모양이 난 참... 잘 모르겠던데?"하고 아는 체를 하자 상덕이 "~ 반 풍수 다 됐네. 아니, 그렇게 잘 할 거 같으면은 어유~ 혼자해 이제"라고 말한다. 영근은 생각해봤는데 매년 한국서 평균 한 25만 명이 죽는데 그 중에 30%는 매장을 하고 그럼 조선시대부터 이 좁아터진 땅에 좋다는 곳마다 그 많은 사람들을 묻었을 텐데 아직도 명당이 척척 나온다는 게 이해가 안 된 다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상덕이 답한다.

 

상덕: "65점 짜리야~ 거기가..."

영근: ", 그래. 거기가 100점 짜리는 아니지~"

상덕: "이 씨가 말랐어. 이제 없어~ 이거 봐. 자네같은 염쟁이들은 죄다 상조회사에 팔려가고, 우리 같이 땅 파먹고 사는 지관 놈들은 다 죄다 공사판 기웃거리고, 이제 끝물이야. 라스트 스탠딩."

 

그때 밖에 차 소리가 들리자 영근이 밖으로 나간다. 미국에서 돌아온 화림과 봉길에게 "빨리 도착했네? 오래간만이야." 하며 반갑게 맞이한다. 사무실에서 4명이 서로 반가움의 인사들을 주고 받는다. 상덕이 "~ 이거 얼마만이냐? 3년 됐나?"하고 말하자 ". 세월 빠르네요"하고 대답한 화림은 "어째 장사는 요즘 좀 어떠셔?"하고 운을 뗀다. 영근이 "그냥 그냥 그래~ , 워낙 비수기라." 하고 대답하자 화림이 "아유~ 그래서 제가, 이렇게, 또 어르신들..."하는데, 상덕이 말을 끊으며 "가만 있어봐. 이거 좀, (냄새를 흡흡하고 맡고) 냄새가 나는 거 같은데? 뭔 냄새 안 나?"하고 말하니 영근이 "무슨 냄새요? , 요 냄새?"하고 손가락으로 동전 모양을 보이자 상덕이 "으응, () 냄새가 나는 거 같은데?"하고 말한다. 화림이 "아이씨~ , 숨긴다고 숨겼는데... ! 걸렸네."하고는 하하호호 다들 웃음꽃이 핀다. 상덕: "어여 풀어 봐. 뭐야?" 봉길: "아유~ 눈치들도 빠르셔라~."

 

화림은 미국에서 받은 의뢰에 대해 설명한다. 친한 의사 소개로 미국에 좀 이상한 집안에 다녀왔는데, 의뢰인은 박지용 씨. 아버지까지는 한국 사람이고 의뢰인 본인부터 미국 국적인데, 밑도 끝도 없는 그냥 엄청난 부자라고 한다. 영근은 "시작이 좋네" 하고 추임새를 넣고, 장손들이 갓난애까지 귀신병을 앓고 있다고 전하자 상덕은 "꽤 오래 버텼네. 빙의는 아니고?" 하고 되묻는다. "아직 그렇게까진 아닌데..." 화림이 자신의 진단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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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니 묫바람... 입니다.

 

그 시각, 의뢰인 박지용의 저택 2층 아버지의 방 안. 박지용의 모, 배정자가 담배를 비벼 끄며 정말 100년 다 된 할아버지 무덤을 파낼 것인지 아들에게 묻는다. 아들은 허락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며 이미 결정했다고 말한다. 그러자 어머니는 비웃으면서 정말 그런 걸 믿는 거냐며 한국의 고모가 허락할 것 같냐고 말한다. 아들은 이제 자신이 장손이고 자기가 결정한다고 단호히 말한다. 어머니는 '그 사람들을 믿을 수가 없다', '잘못하면 일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우린 멀리 이렇게 살면 된다."고 하고, "애는 금방 괜찮아 질 거다. 우리 함께 기도하고 또 치료하고..."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는 그때, 박지용이 왼주먹을 쥐며 부르르 떤다. 배경에서 할아버지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그 소리에 박지용과 아버지 박종순과 병실에서 울고 있는 아기까지 3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빙글빙글 돌던 화면이 터널을 통과하는 한 자동차를 비춘다.

 

이어 영근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이고~ 결혼식 때 배 좀 나오면 어때? 아니, 그거보다 더 좋은 혼수가 어딨어?" 상덕은 "아니, 그래도 그렇지. 손주가 뭐냐? 손주가? 게다가 노란 머리. 이 헤드라이트가 파랄 거 아냐?"하고 딸의 속도위반과 국제결혼에 대해 싫은 티를 낸다. 영근이 "진짜 촌스럽기는... , 연희(상덕의 딸)는 결혼하면 계속 독일에 사는 건가?"하고 묻자 상덕은 "이 사람 무슨 소리야? 당연히 한국에 살아야지. ."하고 발끈한다. 상덕은 "그나저나 연희 결혼한다고 돈 걱정이 좀 됐는데, 큰 거 하나 걸렸다?"며 한시름 놓았다는 식으로 말하자 영근이 "그러게 말이에요. ~ 우리 주님께서는 때가 되니까, 이렇게 퇴직금까지 딱~ ~ 챙겨주십니다. ~."하고 너스레를 떤다. 그러다 "아니 근데, 이 사람 얼마나 부자길래? 이장하는 데 5억씩 준다는 거야?" 하고 의문을 가지자 상덕이 "그거만 줬겠어? 더 줬겠지." 한다. "? ?" 하고 영근이 놀라자 상덕이 "화림이 걔가, 그게 어떤 년인데? 더 안 쳐먹었겠어? 지가?" 하고 말하고 영근은 "그러네. 새파란 게 그냥 발랑 까져 가지고." 하고 동의한다.

 

 

서울양양고속도로 홍천휴게소 주차장. 영근, 봉길, 화림 셋은 화림의 차 옆에 서있다. 그들 맞은 편, 조금 떨어진 곳에 미국에서 봤던 집사가 검은 차 옆에 서서 대기 중이다.

 

상덕은 그 차 안에서 미국에서 온 의뢰인 박지용과 독대하고 있다. 상덕은 "일단 조부님 존함하고 고향 먼저 좀 알려주시고. 제가 원래 이 집안 사람들 평판하고, 직업까지 다 알아보고 일하는 사람인데, 뭐 급하다고 하시니까, ." 하니 박지용이 "돈을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신뢰가 필요한 거 아닌가요?" 하며 되묻는다. 이에 기분이 상한 듯, 상덕이 안경을 확 벗으며 "~... ~? , 그럽시다. ... 영 내키시지 않으시면 지금이라도 없던 일로 하시죠?" 하며 수첩과 펜을 갈무리한다. 지용은 다짜고짜 말한다. "두 가지만 지켜 주시겠습니까? 오늘 모든 일은 전부 비밀로 해주십쇼. 그리고 바로, 화장해 주십쇼. 관째로요." 무슨 말을 하나 듣던 상덕은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관째로요? 아니 그럼 개관도 하지 말라구요?"하고 말한다. 박지용은 ", 상관있으시나요? 어차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화장하는 거라고 들었는데요."하자 상덕은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답답한 소리한다는 표정으로 듣고 있다가 "이게 말입니다. 보통 구청에 먼저 신고를 해야 되고, 개관을 한 다음에, 장의사가 유골을 수습을 하고 나서, 그 다음에 다른 자리로 옮기거나 화장을 해야 되는 거에용~ ?"하고 마치 선생님처럼 이장, 화장 절차에 대해 친절히 가르쳐 준다. 별 반응이 없는 지용을 보다가 상덕은 깊은 한숨과 함께 혀를 한번 차더니 "일단, 묫자리 먼저 봅시다."하고 말한다. 지용은 '부모님도 그렇고, 친척들이 반대가 심해' 그래서 자신은 '최대한 빨리 이 일을 처리하고 싶다'는 말을 하는데, 상덕이 말허리를 자른다.

 

묫자리부터 먼저 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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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이름 없는 묘()

불안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강원도 어느 국도의 풍경이 나온다. 도로는 왼편 가파른 구릉지 옆을 깍아 굽이쳐 있고, 오른편에는 강과 멀리 완만한 구릉지가 펼쳐져 있다. 화면 가운데 국도 옆에 붙은 큰 바위 산을 배경으로 소제목이 떠있다.

 

이 국도로 차 3대가 줄지어 올라가며, 상덕은 어째 불안하다고 말한다. 영근도 의뢰인이 왜 관을 열지 말라고 했는지 이상하며, 설마 관 속에 뭐가 들어있는 건지 혼잣말을 한다.

 

상덕은 묘소로 향하는 길에 '보국사(保國寺)'라는 절을 알리는 표지판을 눈여겨 본다. 이어 녹이 잔뜩 쓴 '관계자 외 출입금지' 표지판이 붙은 철문 앞에 잠시 차를 세운 뒤, 집사가 오래된 자물쇠를 풀고 문을 여니 다시 출발한다. 한참을 더 가서 어느 산 속 공터에 드디어 도착한다. 차에서 내리자 어디선가 들려오는 까마귀 울음소리에, 앞에 있는 숲에서는 안개가 미약하게 흐르고 있어 뭔가 불길한 느낌이 전해진다. 이들은 묘소가 있다는 산을 오른다.

 

산 중턱 쯤에 사방으로 가지가 뻗친 큰 고목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오고 화림은 그 나무를 유심히 쳐다보고는 이내 뒤에서 오르는 상덕에게 말을 건다.

 

화림: 산꼭대기 묘, 보신 적 있어요?

상덕: 드물지.

화림: 여기 이 산은 아는 곳이에요?

상덕: 처음 와보는데.

화림: 그렇게 팔도 강산 다 꿰고 다니시는 분이 모르는 곳도 있어?

상덕: 나는 명당만 찾아다니거든.

 

대화를 나누는 내내 화림은 뭔가가 느껴지는 것인지 주변을 계속해서 두리번거린다. 그러다가 나무 옆으로 여우떼가 울면서 나타나는 것을 본다.

 

잠시 뒤, 산 정상에 도착한 일행은 묘를 바라보는데, 어두컴컴한 숲 아래 볼품없이 방치된 섬찟한 외양의 묘가 비춰진다.

 

우선 상덕이 묘 앞의 흙을 맛 보고는 바로 표정을 찌푸리고 뱉어낸다. 그런데 영근은 옆으로 탁 트인 산세를 보며 감탄하고는 묘를 보더니 자리에 비해서 묘가 소박하다고 평한다. 이어 상덕은 묘 위로 올라서서 주변 산세를 살피더니 내려와서 비석을 살핀다. 영근도 다가와서 같이 보는데, 비문에 이름이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상덕이 손으로 살피는 비석의 비문에는 한문으로 새겨진, 정체를 알 수 없는 숫자들만 새겨져 있다.

 

한참 살펴보던 상덕이 박지용에게 다가와 혹시 이 묫자리를 누가 알아봐 준 건지 알 수 있는지 물어본다. 박지용은 당시 유명한 스님이 조부가 나라에 큰 공을 세웠다고 제일 가는 명당자리를 찾아줬다고 아버지에게 들었다 말하자, 상덕이 되묻자, 박지용은 법명이 기순애라는 스님이라고 들었다 말한다. 상덕은 "기순애요? 법명이 참 특이하네." 라고 말하더니, 그런데 묘가 좀 소박하다고 물어보자 박지용은 당시에 도굴이 심해서 조용히 소박하게 모셨다고 들었다고 답한다.

 

다시 묘로 돌아와 잠시 생각하는 상덕에게 화림은 어떠냐고 물어보자, 영근은 "바로 날 잡을게."하고 말한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화림이 의뢰인의 눈치를 한번 보고는 상덕에게 뭐가 이상하냐고 물어본다. 이윽고 상덕은 박지용에게 다가가 이번 일은 내가 못할 것 같다고 말한 뒤, 뒤도 안 돌아보고 먼저 산을 내려가 버린다.

 

큰 돈이 걸린 일에 상덕이 갑자기 안 하겠다고 내려가 버리자 다른 일행은 왜 그러는지 따지기 위해 뒤쫒아 내려온다. 상덕의 뒤에서 화림이 조곤히 "많이 안 좋아요?" "무슨 방법이 없을까?" 라고 물어보지만, 상덕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런 상덕의 태도에 화가 나, "왜 말을 안 하는데?!" 하고 끝내 소리치지만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상덕은 아랑곳없이 차에 타 문을 닫아버린다. 조수석에 오른 영근이 눈을 감고 누운 상덕에게 말한다. "아니, 여기 산세도 괜찮고, 괜찮은데 왜요? 아 이게 얼마 짜린데? 차암!" 하고 답답해한다. 뒷좌석에 오른 봉길이 "아니, 선생님 왜 그러시는데요? ?" 하고 묻고, 이어 올라탄 화림은 가만히 삐쳐 있다. 상덕은 그제야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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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전부 다 알 거야. 묘하나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내가 한 40년 땅 파먹고 살았지만 여긴 듣도 보도 못한 음택(陰宅)이야. 여기 진짜 악지라고. 이런 덴... 절대 사람이 누워 있을 자리가 아니야. 저런 데 잘못 손댔다가는 지관부터 일하는 사람들까지 싸그리 다 줄초상 나, 이 사람들아! 뭘 알고나 얘기해. 화림이, 너 봤지? 여우들? ...묘에 여우는 상극이야, 이건 말이 안 되는 거라구. . 악지(惡地) 중에 악지다.

 

대화가 마무리 되며 앞 유리창으로 이쪽을 무표정하게 쳐다보고 있는 박지용이 보인다.

 

그날 밤, 서울로 돌아온 박지용의 호텔 방에 화림, 상덕이 테이블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아 있다. 상덕은 박지용의 아들이 갓 태어났을 때의 사진을 보고 있다. 박지용은 부엌에서 위스키를 잔에 부으며 상덕에게 사진에 관한 얘기를 한다. "그때가 제 아들놈 웃는 얼굴을 마지막으로 봤을 땝니다. 실은 앞에 두 아이가 더 있었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전부 유산하고 늦은 나이에 어렵게 얻은 아들이에요." 박지용이 잔을 들고 돌아서서 "김 선생님께서는 자식이 있으십니까?"하고 묻는다. 상덕이 '곧 시집 보내는 딸래미 하나 있다'고 하자 박지용이 축하를 보내고 상덕은 "축하는 무슨"하며 멋쩍어 한다. 박지용이 "혹시 따님께서도 비슷한 일을 하시나요?"하고 물어보자 상덕이 살짝 거만한 자세로 고쳐 앉으며 "우리 딸아이는 KAIST에서 우주공학 전공을 해서 지금 독일에서 항공 회사 다니고 있어요. 이제 결혼한다고, 아주 뭐, 난리법석 아이고..." 하소연하는 척한다. 박지용이 "재밌네요. 아버지는 풍수사시고, 딸은 우주공학이라니."하고 말하자 김상덕은 "이게 말이요. 그 둘을 가만히 이렇게 놓고 들여다 보고 있으면은 아주 비슷한 구석이 많은 분야에요. 이 오행이라는 게 원래 땅을 기본으로 해서 물, , 쇠 그리고 또 나무. 이런 자연을 구성하는 필수요건들을 공부하는 거고 또, 이게 우주공학이란 게 말이에요."라며 또 일장연설을 하려 하자 박지용이 "그럼!... 제 아들 좀 살려주세요."하고 말을 끊는다.

 

"박지용 씨 우리한테 뭐 숨기는 거 있죠?"하고 상덕이 추궁하자, 화림이 상덕을 돌아보고, 박지용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지만 약간 당황한 듯 미묘하게 얼굴을 굳혔다가 시선을 피하고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하고 모르쇠한다. 이어 상덕은 "삼팔삼사이칠, 일이팔삼하나팔구. 위도와 경도. 그 비석 뒤에 새겨져 있던 숫자들. 그 기순애라는 스님 말이죠. 내 그 양반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소름끼치도록 정확해. 어떤 명백한 의도가 보인다 말이에요."라고 말한다. 박지용은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아니요. 잘 모르겠습니다. 뭐 제가 두 분께 속이는 것은 없습니다."하고 말하자 상덕은 한숨을 쉬며 말한다. "... 내가 다시 말하지만 그런 정체불명의 악지에서 이장을 한다는 거는 이거 정말 위험한 거에요. 맨손으로 지뢰를 파는 거하고 똑같은 거라니까."

 

그때 화림이 끼어든다.

 

"대살굿을 해보죠?"

 

상덕은 소파를 탁 치며, 내 그럴 줄 알았다 라며 헛웃음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다. 화림이 "굿이랑 이장이랑 동시에 하는 거지. 왜 이래요? 답을 알고 있으면서." 라고 하자, 상덕은 "난 내가 안 해본 건 안 믿어." 하고 말한다. 화림이 "이장할 때, 하는 건 처음이긴 하지만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잖아요?" 라며 주장하더니, "아니 잠깐만, 왜 우리가 지금, 김 선생님 허락을 받고 있지? 지관이 한국에 한 명 있는 것도 아니고. 이래서 꼰대들하고 일하기 힘들다니까?"라며 도발하자 상덕이 발끈하자 화림이 맞받아친다. 결국 상덕은 망연히 창밖을 보며 "... 이 호텔 자리가 좋네."라는 말로 동의함을 대신한다.

 

얼마 후, 박지용의 조부 묘에서 대살굿과 파묘를 동시에 진행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화림이 대살굿에 대해 설명하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액돌리기'라고도 하는 일종의 속임굿이며, 돼지띠 일꾼 다섯과 대물(代物)인 통돼지 다섯을 준비한 다음, 서로 연결하고 그 다섯 명이 묘를 파게 하면 그 땅에서 나오는 음()한 기운을 대물로 보내 무당인 화림이 대신 날려 버리는 원리.

 

이때, 한국에 거주하던 지용의 고모(박정자 )가 현장에 찾아와 지켜보게 된다. 집사는 박지용에게 여사님이 결국 고모에게 알려준 것 같다고 말한다.

 

이어 화림이 부엌칼 두 자루와 신발을 손에 들고서 어깨를 들썩거리며 나타난다. 봉길은 무당복을 입은 화림의 흰 컨버스 올스타 끈을 바짝 묶어준다.

 

영근이 축문을 읽으면서 일의 시작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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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길이 북을 치며 경문을 외우고 화림이 조금씩 어깨춤을 들썩이면서 대살굿을 시작한다. 칼 두 개를 잡아 땅에 내던지고 다시 잡아들고서 악단 앞에서 머리를 흔들다가 허벅지에 칼을 대고 긋고 바람을 불어넣은 뺨에 대고 그어도 아무런 상처도 나지 않는다. 불타는 장작불에 손을 한참 넣었다가 숯검댕이를 얼굴에 묻히고 나서는 뾰쪽한 칼끝을 목에 대고 정을 망치로 치듯이 치는데도 피 한 방울 나지 않는다. 화림이 칼춤을 추는 가운데 이어서 묘 주인의 장손인 박지용이 "파묘요~!"하고 고함치면서 세 번 삽으로 묘를 내리친 후 파묘가 진행된다. 화림은 닭 잡은 피를 마신 후 입가가 피로 범벅이 된 채 통돼지를 칼로 벤다. 돼지띠 일꾼들이 삽으로 묘를 파헤칠 때마다 화림이 돼지를 칼로 난자하는 장면이 교차 편집된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일꾼들이 마침내 관을 찾아내고, 굿은 멈춘다. 영근은 수고한 일꾼들에게 소금을 뿌려준 뒤 묫바닥에 있는 상덕에게 내려갔는데, 한기가 엄청나다고 말한다. 관 위에 덮힌 붉은 천에 어떤 한자가 쓰여 있는데 너무 오래돼 알아 볼 수 없다고 한다. 고모가 그것을 의미심장하게 보고 있는데, 상덕이 고모를 돌아보자 고모가 시선을 돌린다. 그런 모습을 박지용이 지켜본다. 천을 걷어내자 영근은 예전에 왕가에서만 썼다는 귀한 향나무 관이 있어 놀란다. 관을 밖으로 꺼내고 나서, 영근은 일꾼들에게 관 그대로 운구차에 싣고, 자신들은 화장터에 바로 갈 것이니 비석은 묫바닥에 묻고, 마무리 잘 해달라 부탁하고 간다. 이후, 상덕은 "잘 쓰고 갑니다." 하며 100원 동전 하나를 묫바닥에 던지고 따라 내려간다. 이어 상덕이 운구차 운전을 할 영근에게 "염도 못한 망자가 안에 누워 계시니 정중히 모시자"고 하자, 영근은 내가 대통령 염하는 사람이라며 다 끝났다고 긴장 풀라며 웃는다. 잠시 후, 운구차는 화장터로 향하기 시작한다.

 

한편, 파묘했던 일꾼들은 비석을 바닥에 묻고서도 아직 구덩이 주변에 남아있다. 짬장으로 보이는 일꾼이 파묘했던 자리에서 땅을 쑤시며 뭔가 돈 될만한 것을 찾는다. 다른 일꾼들은 없어보이니 가자며 퇴근을 종용한다.

 

그때 땅 속에서 머리가 시커먼 털로 뒤덮여 있는 뱀 한 마리가 스멀스멀 기어나와 창민의 가랑이 사이로 나타난다. 그걸 본 창민이 화들짝 놀라 뱀의 허리를 삽으로 냅다 찍어 버리자 뱀이 창민을 바라보며 토막난 채로 날카로운 비명 소리를 내지르더니 헝클어진 머리를 한 인간 여자의 얼굴이 드러난다. 뱀의 비명소리가 온 산을 떨치는 순간, 산 아래에 있던 화림과 봉길이 동시에 귀를 잡는다. 화림은 뭔가 불길한 듯, 구름을 바라보는데, 봉길은 귀가 간지러운지 후비적거린다.

 

일꾼들이 불안한 표정을 짓는데, 갑자기 돌풍과 함께 먹구름이 몰려들어 일대에 폭우가 내리기 시작하고, 산을 내려가던 영근과 상덕은 갑자기 내리는 비에 이게 뭔 일인가? 하고 꺼림칙해한다. 결국 운구 행렬의 선두인 운구차가 갓길에 정차한다. 뒤이어 차들이 따라 멈춘다. 상덕이 영근과 비를 맞으며 잠시 상의를 하고는 박지용의 차로 와서 갑자기 예고도 없이 비가 와서 화장을 좀 미뤄야 될 것 같다고 말한다. 이에 박지용은 밖에서 화장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냐고 묻자, 상덕은 이렇게 비 오는 날에 화장을 하게 되면 망자가 절대로 좋은 곳에 못 간다며 미신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직업윤리상 말씀을 드리는 거라 말한다. 이런 일이 가끔 있긴 하다며 이럴 때는 인근 병원 영안실에 유골을 안치해놨다가 손 없는 날에 다시 화장을 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지용이 병원에 가면 장례 신고를 해야지 않느냐며 주저하지만 그때 영근이 "형님!"하고 상덕을 부르더니 병원하고 통화가 됐다며 지금 바로 가면 된다고 한다. 상덕은 박지용에게 다 아는 사이니까 그건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이후, 고성 군립 병원 장례식장 건물 한 쪽에서 고영근과 장례식장 관리소장(김서현 )이 우산을 같이 쓰며 나오고 있다. 소장이 이장을 했다면서 관째로 들어 온다는게 뭔 말이냐며 의문을 갖자 영근은 상주가 개관을 못 하게 한다면서 돈 봉투를 슬쩍 찔러 준다. 소장이 손사래를 치자 영근은 안 그러던 사람이 왜 이러나 하는 얼굴로 다시 주고, 소장은 받아 챙긴다. 장례식장이 '마침 오늘 마지막 팀이 나가서 한산하긴 하다'는 소장이, 장례식장 앞에 주차된 운구차를 보고는 "아이고... 화장날 비 오고, 한번 떠나기도 힘드시네, 저 분은~"하고 탄식한다. 잠시 후, 영근과 소장이 관을 카트에 실어서 건물 내부로 끌고 간다.

 

한편, 한 대형 세단 옆에 박지용이 우산을 들고 옆에 서서 차 안의 고모와 대화를 한다. 고모가 "다시 날을 잡아야 한다고?" 하고 묻자 "" 하고 대답한다. 고모는 "근데 저 사람들 정말 믿을 수 있는 거니?" 하고 묻자, 박지용은 "줄 만큼 주고 할 말만 했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라고 답한다. 이어 고모가 "마침 시간이 생겼으니, 선산에 조용히 모시는 방법도 생각해보자. 난 여전히 화장하는 건 반대다. 내 아버지니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거다."라고 말한다. 박지용은 듣기만 할 뿐이다.

 

영안실 한가운데에 관을 안치한 영근은 관에 묻은 흙을 걸레로 닦아 내고 있고, 소장은 '개관을 못하게 한다니까 관째로 일단 여기에 두자'고 말한다. 습도를 맞추고 나서 소장은 "이야~ 관이, 한벼슬했는 모양이네?" 하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나간다. 나가는 길에 상덕이 마침 들어오고 서로 오랜만이라며 인사한다. 상덕은 영근에게 '상주하고 유족들은 다 서울로 올라갔다'고 하고, '화림이네는 뭐 좀 하고 온다'고 한 후, '날도 으슬으슬한데 뜨뜻하게 국밥이라도 한 그릇하고 있으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어디 좀 갔다 오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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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는 와중에 상덕이 향한 곳은 묘소로 가는 길에 보았던 절, 보국사(保國寺). 상덕이 우산을 쓰고 절로 향하는데 절 앞을 지키는 백구가 계속 짖는다.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상덕. 대웅전 앞에 서있는데 그때 뒤에서 보살(이종구 ) 한 명이 비옷을 입고, 비료 포대 같은 걸 들고 들어오며 "어흐흠, 처음 뵙는 분이신데 어떻게...?" 하며 방문 목적을 묻는다. 상덕은 '실례했다며 지나가다가 도로에 표지판을 봤는데, 보국사 표지판에 풍수지리 표식이 돼 있어서, 의아해 보여서 찾아 왔다'고 말한다. 그러자 보살이 "허허, 혹시 지관이세요?" 하고 묻자, 상덕이 "허허허, ~ 전 관안 최이중 선생님 밑에서 배웠구요. 저는 뭐, 혼자 겨우겨우 땅 파먹고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하고 자신을 소개한다. 보살이 말하길 "여기가 좀 초라해 보이기는 해도, 100년이 넘게 명맥을 이어온 곳입니다. 처음 여기 보국사를 만드신 주지스님께서 풍수에 아주 능하셔서 꽤 이름을 날리셨지요."하고 자랑한다. 상덕은 "아 예, 여기 자리만 봐도 알 거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데, 여기 주지스님 법명이 혹시 기순애인가요?"하고 물어본다. 보살은 처음 듣는다는 얼굴로 "기순애요? 아니에요. 원봉 스님이십니다. 근데 뭣 때문에 여쭤 보시는지?"하고 되묻자 상덕은 "~ 저기 저 산꼭대기 위에 이름 없는 무덤이 하나 있더라구요? 혹시 아시나 해서..." 그러자 ", 그럼요. 그게 지금도 있을려나 모르겠는데, 옛날에 소문은 많이 들었습니다."하고 보살이 답한다. 상덕은 "...무슨... 소문이요?" 하고 조심스레 묻는다.

 

화면은 영안실 문 밖. 소장이 퇴근하며 영근에게 '으슥한데 혼자 있지 말고 건너편에 가서 육개장이라도 한 그릇 하라'고 한다. 영근은 걱정말라면서 수고했다는 인사와 함께 소장을 배웅한다. 영근은 영안실에 다시 들어오는데, ", 왜 메뉴를 지들이 정해줘? ..."하며 투덜거리며 관 밑에 떨어진 흙을 빗자루로 쓴다.

 

보국사 보살은 '그 무덤에 보물이 묻혀 있다는 소문이 돌았었다'고 말한다. '조선 최고 갑부의 무덤이라는 얘기도 있었고, 아무도 모르는 왕릉이라는 얘기도 있었고, 그래서 옛날에 도굴꾼들이 꽤나 몰려 왔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다 잡혀가고 북으로 넘어간 사람이 있었대나? 뭐래나?' 하면서 창고로 상덕을 데리고 들어간다. '도굴은 시도도 못 했다고 들었다며 높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경비가 아주 삼엄해가지고 접근도 하기 힘들었다'고 전한다. 보살은 창고 안쪽에서 천막을 들추어 어떤 나무 상자 속에 든 쇠말뚝들을 보여 주는데, '그 사람들이 놓고 간 장비들'이라 말한다. 상덕은 그 쇠말뚝들을 유심히 살펴 본다. 보살이 "그런데 그 무덤은 왜 물어보십니까?"하고 묻자, 상덕이 답하길, "제가 오늘... 그 무덤을 팠습니다."

 

영안실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관을 향해 다가오는 남성의 실루엣. 손에는 장도리를 들었다.

 

보살은 상덕에게 묻는다. "어떻게, 금은보화가 있던가요?"

 

그때 쾅하는 소리와 함께 장도리의 노루발이 관과 뚜껑 틈에 박힌다. 범인은 관리소장. 아무도 없는 틈에 돌아와서 관 뚜껑을 열려는 것이었다. 이때 영근은 맞은편 식당에서 육개장을 먹고 있다. 거의 다 열려갈 때쯤, 마침 화림과 봉길이 영안실에 도착하고, 봉길이 이 장면을 보고 "저기요? 뭐하시는 거에요? 저기요!!!" 하고 외쳐 보지만 소장은 관 뚜껑을 결국 열어 버린다. 그 순간 관에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고함을 지르며 화림을 통과해 지나가자 화림은 혼절해버리고 봉길이 "선생님! 괜찮으세요?" 하며 그녀를 부축한다. 범행 현장을 들킨 소장은 밖으로 도망친다.

5. . 혼령(魂靈)

영안실의 관이 중앙에, 그 가운데 소제목이 떠있다.

 

빗속을 상덕의 차가 내달리고 있다. 상덕이 전화를 받고는 관이 열렸다는 소식을 듣자 놀란다. 영근이 병원 응급실로 들어 오며 관리인을 욕한다. 영근이 응급실 침대 커튼 한쪽을 열어보자 다행히 침대에 앉아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화림.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자, 봉길이 뭐가 선생님을 지나갔다고 말한다. 영근이 뭐가 지나갔다고 되묻자, 화림의 코에서는 코피가 뚝뚝 떨어진다. 그때 상덕도 도착한다. 화림은 휴지로 코를 닦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한다.

 

"뭐가 나왔다고. 거기서... 존나 험한 게..."

 

늦은 밤, 미국 LA 박지용의 저택. 1층에서는 박지용의 모 배정자가 홀로 위스키를 마시고 있다. 2층에 있는 박지용의 부 박종순은 휠체어에 탄 채, 창밖을 보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아버지를 부른다. 그러자 혼령의 목소리가 문을 열어주라고 하며 노인이 된 아들에게 속삭이고, 종순은 들어오시라고 하며 창문을 살짝 연다. 그러자 갑자기 뒤편 식탁에서 뭔가를 게걸스레 먹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소리가 들리자 박종순이 뒤를 돌아보지만 식탁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박종순이 아버지를 나지막하게 부르면서 식탁을 바라보고 말한다. 그때 창문으로 무언가 흉측한 존재가 비치며 스테이크를 손에 들고 게걸스레 먹고 있다가 '아버지'하고 부르는 소리에 먹기를 멈춘다. 입가에서 고기가 툭 떨어지고 혼령이 아들을 돌아본다.

 

그 시각, 1층에서는 의뢰자의 어머니(배정자)가 위스키 잔을 들고 TV에 나오는 탱고를 보며 홀로 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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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총명했던 우리 강아지... 여긴 젖과 꿀이 흐르는구나... 이 애비는 춥고 배고프단다...!"

 

식탁으로 옮겨온 박종순. 전등이 살짝 어두워졌다가 밝아진다. 그때 혼령의 목소리가 박종순의 뒤에서 귀에 대고 속삭인다. 박종순은 눈가가 촉촉해져 죄송하다고 불효를 사죄한다. 혼령이 박종순의 가슴으로 손을 가져 가는 게 거울에 비친다. 곧 심장을 움켜쥐어 쥐어짜기 시작한다. 박종순은 매우 고통스러워 한다.

 

1층에서 탱고에 심취해 거실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배정자. 어느 샌가 유리창에는 그녀와 손을 맞잡고 춤을 추는 혼령이 함께 비친다. 잠시 후, 저택에 그녀의 비명이 울려퍼진다.

 

그 시각, 박지용이 묵고 있는 서울의 호텔방. 식탁 위에 있는 휴대폰에 전화가 와 진동이 울리고 있다. 박지용은 옷을 입은 채, 욕조 안에 쓰러진 듯 자고 있다.

 

상덕이 빗 속을 헤치며 서울로 향하고 있고, 휴대폰을 들고 통화를 시도하고 있다. 상덕이 출발 전 화림과 대화한 내용이 흘러 나오는 가운데, 미국의 배정자는 목이 졸리는 듯 바닥에서 목을 부여잡고 발버둥치고 있고, 2층에 있는 박종순은 이미 죽은 듯 바닥에 쓰러져 있다. 화림은 지금 혼이 미친 듯이 돌아다니고 있을 거라며 상주가 위험할 것이니 선생님은 빨리 서울로 먼저 가보라고 하고, 그동안 저희는 혼을 여기로 다시 불러오겠다 한다. 화림이 차 트렁크를 여니, 안에는 갖가지 무구(巫具)들이 있다. 붉은 브레이크 등에 비친 상덕과 화림. 상덕은 지금 여기서 '혼 부르기'를 하냐고 놀란다. 화림은 100년을 그 밑에서 그렇게 소리쳤는데 아무도 꺼내주지 않았으니 혼이 증오만 남아있어 지 핏줄들 전부 찾아갈 거라고 답한다.

 

영안실에는 화림, 봉길, 영근 세 사람이 혼령을 다시 불러와 잡는 '혼 부르기'를 준비한다. 혼을 받아내는 역할을 하기로 한 봉길의 몸에 붉은 천을 둘러매주면서 영근은 "아이고 분위기 죽인다... 밖엔 비 오고 관뚜껑 열리고 귀신 나오고..." 라며 투덜거린다. 봉길 역시 혼 부르기는 정말하기 싫다고 투덜대며, 화림은 영안실 바닥에 간편하게 차린 제사상에 있는 말린 명태포에 소주를 몇 차례 붓고는 소주병을 입으로 가져가 한껏 들이 붓는다. 영근은 어디선가에서 화환을 가져와 영안실 내부 CCTV를 가리고 "굿도 하고 이것도 하고 하루에 두 탕씩 괜찮겠어들?"하고 묻자, 봉길은 괜찮다고 대답하며 양말을 벗고 솔가지에 흰 천을 두른 무구를 손에 쥔다. 화림은 영근에게 타이밍 잘 맞추셔야 한다고 주의를 준다. 영근은 봉길의 허리에 묶인 금줄을 마치 줄다리기하듯 잡고 준비한다. 준비가 끝나자 화림이 징을 치면서 경문을 읊기 시작한다. 봉길도 휘파람을 불기 시작한다. 화림의 독경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서울의 박지용은 물이 찬 욕조 안에서 여전히 누워 자고 있다. 독경 소리와 징 소리가 고조되고, 영근도 독경 소리에 맞춰서 "오소서~, 오소서~." 하고 추임새를 넣는다.

 

화림의 독경 소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박지용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있다가 귀 옆에서 어떤 형체가 갑작스레 비명을 지른다. 박지용이 화들짝 놀라 깨어난다. 땀에 흠뻑 젖은 채, 숨을 몰아 쉬는 박지용이 지금까지 욕조에 있던 것은 꿈이었고, 사실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던 것을 깨닫는다.

 

솔가지를 흔들면서 흐느적 대는 봉길의 몸에도 슬슬 입질이 오자 영근도 느꼈는지 "~ 다 오셨다~ 허잇!"하고 추임새를 넣는다. 밖에서는 천둥번개가 치는데, "오신다~ 오신다~."하는 영근의 추임새와 화림의 독경 소리, 징 소리가 더욱 고조되자 봉길이 뜀뛰는 높이가 점점 높아지고, 어느 순간 잡고 있던 무구를 떨어뜨린다. 화림이 서서히 봉길에게 다가서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던 봉길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데, 영근은 문득 영안실 내부에 걸려있는 거울을 보고 거기에 봉길이 아니라 할아버지 혼령이 비친 것을 발견한다. 혼령이 씩씩대며 화림에게 달려들려하자 영근이 즉시 금줄을 잡아 당겨 막아 세운다. 화림은 혼령에 빙의된 봉길의 얼굴을 기죽지 않고 마주보면서 "할배요~ 거기 누구셔요? ?" 그때 봉길이 살짝 흐느적하며 흔들리자 화림이 "봉길아 놓치마!!"하고 호통친다. 혼령이 다시 화림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화림이 살살 달랜다. "아이고~ 뭐가 그렇게 억울하셨어. 말씀을 해보셔요. ? 오늘 여기서 다~ 풀고 가셔요. 다른 데 가지 마시고요." 그러나 빙의된 봉길은 할아버지 목소리로 "내 새끼들 데리고 갈라고."라며 낄낄거린다. 화림이 그건 안 된다고 말하는 순간, 봉길이 입에서 피를 쏟아낸다. 화림은 영근을 보며 혼령을 놓쳤다고 말한다. 천둥번개가 치는 가운데, 관이 클로즈업 된다.

 

박지용이 침대에서 숨을 몰아 쉬는 그때 식탁에 있던 폰이 울린다. 박지용이 전화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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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 : , 여보세요?

전화 : ... 김상덕입니다. 사장님. 아무 일 없으세요?

지용 : , 무슨 일이십니까?

전화 : , 다행이네요. 아니, 그게 저, 좀 일이 생겨서 제가 지금 좀 급하게 그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때 갑자기 방문이 쿵쿵쿵 울린다. 박지용이 방문 쪽으로 이동한다.)

전화 : 좀 늦었지만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지용 : ... 무슨 일이시죠?

전화 : 박지용 씨. 전에 계시던 호텔에 계신 거 맞죠? , 제가 거의 다 왔거든요? 금방 올라갈게요.

(박지용이 방문 앞에 서 있는데 방문이 다시 쿵쿵쿵쿵 울린다.

지용 : (전화기에 대고) 잠시만요? (문 밖을 향해) 누구십니까?

문 밖 : . 접니다. 김상덕입니다. (철컥 문고리 돌리는 소리)

(깜짝 놀란 박지용은 뒷걸음질을 친다.)

전화 : ? 여보세요? 뭐예요? 뭡니까?

지용 : 김 선생님, 지금 밖에 계시나요?

문 밖 : (똑똑똑) 저기요 사장님 (철컥!)

전화 : ... 아냐. 아냐. 아니야...!! 그건 내가 아니에요...!! 저게... 지금 할아버지 관이 열려서 그래요.

문 밖 : (똑똑똑똑) 급한 일이 있어 왔습니다! 문 좀 열어 주세요! (철컥철컥)

지용 : ?! 저희 할아버지 관이요?

전화 : , 죄송하지만 상황이 좀 그렇게 됐습니다.

문 밖 : (철컥! 철컥! 쿵쿵쿵!) 안에 무슨 일 있으신 겁니까?!

전화 : 그러니까 절대! 그 문 열지 마시고 가만히 계세요. 내가 지금 거의 다 왔으니까.

문 밖 : 박지용 씨!! (쿵쿵쿵)

전화 : 지금부터 내 말만 들으시고 침착하게 행동하셔야 합니다.

! (철컥철컥철컥 문고리가 막 돌아간다.)

전화 : 박지용 씨 잘 들어요. 지금 문에서 멀리 떨어져서 창문 쪽으로 피하세요. (쾅쾅쾅쾅)

(박지용이 창문을 돌아보는데,)

~!!!!

지용 : 허헉! (소리에 놀라서 문을 바라보며 뒷걸음질쳐 창문으로 물러선다.)

문 밖 : 일단 문부터 열어봐요. 아니, 상황이 급해서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 @#$%

(이후, 문 밖의 김상덕은 계속해서 문을 두들기고 문고리를 잡아 돌리면서 아우성친다.)

전화 : 대답도 하지 마시고 듣지도 마세요. 일단 창가로 가서 창문을 여세요. 할아버지가 당신을 지켜 주실 거예요. 할아버지 모셔야 합니다.

문밖 : (쿵쿵쿵쿵) 저기요! 사장님!!

전화 : 내 말 믿으세요. 빨리. (철컥 철컥)

(박지용은 손을 벌벌 떨며 창문 손잡이를 잡을락 말락 한다.)

전화 : 문을 열라니까!!!

 

박지용이 손잡이를 잡자마자 갑자기 밀리듯이 창문이 열리고, 그 순간 전화 속의 김상덕이 걸려들었다는 듯이 낄낄거리며 소름끼치게 웃기 시작한다. 문 밖의 김상덕은 진짜 김상덕이었고, 전화기 속 목소리가 김상덕인 척 하는 혼령이었던 것이다.

 

박지용은 문득 위를 쳐다보고, 바닥이 다 비치는 반들한 천장 타일 안에서 흉측한 사람 형체가 자신의 뒤에 서있는데, 그 형체가 고개를 들어 천장으로 자신을 마주보는 것을 발견한다. 박지용은 극한의 공포에 빠진 채 뒤를 서서히 돌아본다.

 

잠시 후, 진짜 김상덕은 호출한 호텔 직원이 마스터 키로 문을 열어주어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박지용의 상태가 이상하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박지용이 방 한가운데 있는 낮은 탁자 위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서있다. 상덕이 "괜찮아요?"하고 물어보자 갑자기 일제시대 군인과 같이 경례 자세를 취하며 "장하도다. 반도의 청춘들이여..."로 시작하는 대동아공영권을 위해 일제의 강제 동원에 적극 참여하라는 웅변을 펼친다. 말을 마치자 마자 박지용이 다량의 피를 토하고 주저앉는다. 그 모습을 본 호텔 직원은 깜짝 놀라고 김상덕은 직원에게 빨리 구급차를 부르라고 다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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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립병원에서 화림, 봉길, 영근은 관을 운구차에 다시 싣는다. 영근이 상덕과 통화하는 중이다. 자기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면서 이거 가만 두면 줄초상이잖냐며 화장터로 간다고 한다. 상덕은 알았으니 출발하라고 한다. 영근은 화장은 형님이 허락을 받아달라고 하고 자신들은 거기서 대기하고 있겠다고 한다.

 

상덕은 통화를 마치고, 박지용은 냉장고의 문을 열어 제쳐놓고 생수를 끊임없이 들이키고 있다. 상덕은 박지용의 모습을 보며 놀란 한편, 염려하며 쳐다본다. 이때 집사가 소식을 전달 받고 방 안으로 들어서서 이 모습을 보고 놀란다. 상덕이 "지금 조부님 관이..." 하고 말을 꺼내는데, 갑자기 박지용이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고 말한다. 상덕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 하고 되묻자, '뚜두둑'하는 뼈 소리와 함께 박지용이 고개를 돌려 "キツネ () った(키츠네가 토라노 코시오 킷타.)" 라고 말한다. 그 뒤로 '뚜둑', ''하는 뼈 소리가 나는데도 점점 목을 틀기 시작한다. 이 모습을 보며 경악하는 상덕과 집사.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고..."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박지용의 목이 완전히 180도로 뒤틀리며 바닥에 고꾸라진다. 그 직후, 119 구급대원들이 방 안으로 한발 늦게 들어온다. 상덕은 놀란 얼굴로 쓰러진 박지용을 보고 있다가, 어떤 소리에 이끌려 박지용이 아까 서있던 자리의 장식장의 유리창을 우연히 보게 되는데, 거기에 어떤 사람의 얼굴이 있다가 사라지는 것을 본다.

 

박지용의 고모는 딸, 사위, 손자, 손녀와 함께 저녁상에 앉아 있으나 식사는 하지 않고 있다.사위가 장모님 어디 불편하시냐 물어보자, 딸이 지방에 다녀와서 피곤하신거 같다고 한다. 고모는 좀 쉬어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한편 박 씨 집안의 장손인 아기가 있는 미국의 병실에서, 오늘은 아기 컨디션이 좋아보인다고 간호사가 아기를 재울 준비를 하며 얘기하는데, 아기 엄마가 집에 연락이 안 돼서 잠깐 다녀온다고 하고 나간다.

 

영근은 풀악셀을 밟아 화장터로 향하고 있다.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화장터 관리자와 통화를 하고 있다.

 

영근: , 이 사람아. 급하니까 그러는거 아냐. 내가 언제 이런 부탁을 했었어?

관리인: , 형님, 지금은 안 되죠.

영근: 금방 갈 테니까. 서둘러 줘~. . ?

관리인: , 그리고 비가 이렇게 오는데, 뭔 화장이래요? 상주는 뭐래요?

영근: 관에서 뭐가 나왔다고. 이 사람아! 무슨 말인지 알지?"

 

박지용의 방에서는 상덕이 집사에게 바로 화장해야 되니 빨리 미국에 전화 좀 부탁한다고 말한다. 집사가 무슨 말씀이시냐고 놀란다. 상덕은 박지용이 구급대 들것에 실린 것을 가리키며 "봤잖아요. 다음엔 애가 위험하다니까요?"하고 말한다. 혼령이라 물리적 동선에 구애받지 않는지, 한국에서 해방된 혼이 굳이 '아들손자증손자'라는 순서에 따라 미국에서 한국으로, 다시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 병실의 간호사는 아기를 품에 안고 자장가를 부르는데, 유리창 실루엣으로 흰 한복을 차려 입은 혼령이 방구석에 서있는게 비친다.

 

집사가 상덕에게 와서 미국 집에서 전화를 안 받는다고 전하자, 상덕은 화장 허락을 받을 수 있는 집안 어른이 누구인지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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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는 자신의 방에서 아버지와 찍힌 자신의 어릴 적 가족 사진을 보고 있는데, 그때 전화가 온다.

한편, 영근의 운구차는 드디어 고성 화장장에 도착한다. 영근 일행과 함께 관을 화장로에 옮기던 화장장 관리인 (백승철 )"뭐여, 이거? 이장했다더니 염도 안 했어? 이거 관째로 태울라고?"하며 놀란다. "구청에서 알면 난리난다. 이거."하며 걱정은 하지만 일단 화장 준비를 한다.

 

박지용을 실은 들것을 구급대가 호텔 복도로 끌고 나오고 그를 집사와 상덕이 따라간다. 집사가 고모와 통화한다. "아버지 관을요?" 고모가 의문을 표하자, 집사가 대답한다. "저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빨리 지금 화장해야 된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하고 고모가 한번 더 묻자, 아예 전화를 상덕이 받아서 말한다. ", 고모님, 빨리 서두르셔야 돼요. 미국 아이한테 지금 아버님이 가고 있어요."

 

한편, 그 시각 미국에서는 간호사가 소파에 기대 잠이 들었고, 혼령이 아기에게 점점 마수를 뻗쳐온다.

 

화장터에서는 관을 태울 준비를 모두 마치고, 관리인이 태우냐고 물으면서 버튼을 누르려는데 영근이 상주가 아직 답을 안 줬으니 기다리라고 한다. 상덕은 미국 쪽에도 연락이 안되니까 화장을 할 수 있도록 허락을 해주셔야 한다고 고모를 설득 중이다.

 

혼령은 간호사가 불렀던 자장가를 콧노래로 섬뜩하게 따라 부르며, 어루만지듯 아기 위로 손을 빙글빙글 돌린다. 아기는 벗어나려는 듯 발버둥치며 울기 시작하고 심박수가 200으로 점점 오른다. 구급대를 따라 호텔 밖으로 나온 집사와 상덕. 고모는 "정말 그 방법밖에 없습니까?"하고 묻는다. 미국의 아기는 심박수가 이제 204를 넘어가고. 이때, 고심 끝에 고모는 결정한다.

 

"알겠습니다. 화장하세요."

 

영근과 통화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상덕이 집사의 폰을 돌려주고 태우라고 말한다. 태우라고 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영근이 지체없이 화장로 점화 버튼을 누른다. 화장로 안의 모습이 모니터에 뜨고 이를 화림과 봉길이 지켜본다. 관이 불타기 시작하자 자신의 증손자의 목숨까지 취하려던 혼령은 고통스러워 한다. 화장터 관리자는 "아이고, 팔자야... 좋은 데는 못 가겄네"하고 나간다. 고통스러워하던 혼령은 점차 사라진다. 영근은 뭔가 착잡한 지 문 밖으로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쳐다본다. 서울 호텔에서는 집사와 상덕이 지켜보는 가운데 119 구급차로 옮겨진 박지용에게 구급대원들이 CPR을 하지만, 결국 손이 들것 밖으로 툭 떨어진다.

 

관이 불에 무너져 내리자 그 안에 있던 일제로부터 받은 훈장들도 유해와 같이 불탄다. 영근은 비를 바라보며 상엿소리를 시작한다. 미국 병실에 급히 달려온 아기 엄마가 아기를 살펴본다. 아이는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다. 어느새 화장터 관리자도 상엿소리를 같이 부르고, 화면은 점점 줌 아웃되어 멀리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화장장의 전경을 보여주며 어두워진다.

6. : 동티(動土)

경로를 이탈하여 재검색합니다. 암전된 화면에서 4장의 시작을 알리는 내비게이션의 안내 음성으로, 지금부터의 이야기가 이전과는 사뭇 달라질 것을 암시한다.

 

사건들이 어느 정도 일단락된 시점, 달동네 같은 좁은 골목을 운전해가는 상덕의 모습이 나오고 얼굴 옆으로 소제목이 나온다.

 

영근은 상덕과의 통화에서 이들과 오래 일해온 일꾼 창민이 알지 않냐며, 그때 이장하고 나서 많이 좀 아프다고 그런다고, 시간 되면 한번 찾아가 보라고 한다. 상덕이 그의 집에 찾아가 보니, 창민이 이불을 덮고 누워 있다가 상덕을 보고 몸을 일으킨다. 입술은 핏기가 하나도 없고, 붉게 충혈된 눈으로, 이불을 덮어쓴 채 덜덜덜 떨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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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민: 병원에서도 모른대요. 검사만 하고, 돈만 쓰고... 헛것도... 헛것도 보이고... 형님... 나 동티난 거 같아요.

다른 게 아니라 그 날 이장 뒷일 하다가 뭘 봤는데, 이상하게 생겼어. 뱀이...

(상덕의 차가 강원도 국도를 이동하는 모습과 창민의 모습이 교차 편집된다.)

상덕 : , ?

창민: ... 시발 그냥 둘 걸... 형님... , 부탁 하나만 할게요. 그 반 잘린 뱀 좀 찾아서 치성 좀 드려줘요.

(창민의 한쪽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날 정말 가기 싫었어. 정말 싫었어... 형님, 거기 처음부터 이상했어요. 그죠? ? 그런 데 왜 묘가 있냐고. 으흑흑...

 

상덕은 파묘했던 산을 홀로 다시 찾아간다. 길을 막은 철문에 걸린 자물쇠는 삽으로 내려쳐 풀어버리고, 묘소 근처에 차를 대고 삽 몇 자루, 소금 한 봉지와 함께 묘소까지 오른다. 산을 오르는데 여우들이 나타난다. 묘소 앞에 도착한 상덕은 소금을 왕창 집어들고 네 번이나 몸에 친다. 상덕은 묫바닥을 파고 또 훑는다. 여우들이 점점 모여 든다. 상덕이 뱀허리를 발견해 조심스럽게 손으로 흙을 걷어내는데, 기괴하게 생긴 인간 여자의 얼굴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뒷걸음을 치다가 그 서슬에 삽으로 바닥을 찍었는데, 나무통이 울리는 느낌이 전해진다. 이상함을 느낀 상덕은 한번 더 찍어 보곤 고개를 갸웃한다. 여우들이 경고하듯 울기 시작한다. 뭔가 있음을 직감한 상덕이 삽을 옆으로 내팽겨치고 손으로 땅을 파기 시작한다. 곧 나무 관의 일부가 드러나고 놀란 상덕이 소리친다.

 

첩장이다...!

 

이때 영근은 장의사 사무실 한켠에 있는 장식장 안의 유골함에서 돈을 꺼내면서 전화를 받는다. 지금 교회 사람들 만나서 성경 공부를 하고 있다며 바쁘다고 말하지만, 찬송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교회 사람들 3명과 함께 화투판을 벌이고 있었다. 영근은 앞에 있는 여자에게 돈을 건내며 자리에 앉자마자 놀란다."? 첩장이요?" 상덕이 말한다. "그래. 그 바로 밑이라니까. 근데, 고 장로. 수직으로 세워져 있는 관 본 적 있어?" 상덕이 파낸 곳에는 정체불명의 관이 수직으로 하나 더 묻혀 있었던 것이다.

 

한편 봉길은 민소매 차림으로 헬스장에서 아령을 들고 벤치에 누워 웨이트를 하고 있었고, 화림은 스피닝을 타고 있다. 그런데 상덕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봉길이 화림을 불러낸다.

 

상덕은 영근과 함께 첩장된 관을 파내고 있다. 해가 벌써 뉘엿뉘엿 저물어간다. 영근이 "땅이 뒤틀면, 가끔 관이 세로로 서긴 하는데, 이야... 이건 너무 큰데...? 이거 뭐야?"하고 말한다. 상덕도 지쳐서 주저앉는다. 그때 봉길과 화림이 현장에 나타나고 봉길이 관을 보고 탄식하는데 구덩이 밑에 2m는 됨직한 투박한 큰 나무관이 서 있다. 관에 가시 철조망이 여러 겹 칭칭 감겨 있는 걸 봉길이 잡아 당겨 보곤 "이거.. 밖에서 못 열게 해놓은 거 같은데? 아니면..." 영근이 "아니면 뭐?" 하자, 화림은 "반대겠죠" 라고 한다. 봉길이 이거 일단 한번 꺼내서 보자고 하자. 영근은 일단 상주한테 알려주는게 맞다며 우리 돈 때문에 할 얘기도 남아 있지 않냐고 한다. 화림은 아무리 봐도 께름칙한 이 관을 건들지 말자고 한다. 일행은 리더인 상덕을 쳐다본다. 상덕은 "일단 꺼내자. 집안 사람인 게 분명해. 이 양반 이대로 놔둘 수는 없잖아?" 영근이 해 떨어진다고 이거 그냥 뽑자면서 봉길에게 로프 가져오라고 한다. 여우들이 묘 주위에서 울어대는 가운데, 남자 셋이 로프를 이용하여 힘겹게 관을 땅 밖으로 끄집어 낸다. 관의 모습을 본 여우들이 어째선지 울면서 도망간다. 쿵하고 떨어진 엄청난 관의 크기에 모두들 경악한다. 영근도 "저게 사람 관 맞어?"하며 놀란다. 네 사람이 힘겹게 그 관을 질질 끄는 수준으로 겨우 들고 산을 내려간다.

 

해가 진 산길을 차 세 대가 내려 간다. 리무진 운구차는 관이 트렁크에 다 들어 가고도 한참 남아서 트렁크 문을 열어놓은 채로 가고 있다. 영근이 길잡이인 상덕의 차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건지 궁금해 하는 차에 상덕의 차가 옆길로 빠지고, 그곳은 바로 보국사였다. 보국사 앞을 지키는 백구가 마구 짖는다. 보국사의 보살이 밖에 나와서 무슨 일인지 물어보자. 상덕은 전화로 말씀드렸듯이 갑자기 이장을 하게 돼서 오늘 하루 신세 좀 지겠다는 것을 부탁한다. 보살은 자기를 보고 있는 일행을 쳐다본다. 상덕이 상주가 여기로 온다고 하니 이 관을 어디다 좀 놔둘 데가 있냐고 여쭙고, 이에 보살이 창고의 물건들을 밖으로 꺼내고 일행이 관을 들고 창고로 온다. 보살 또한 이들이 들고 오는 관의 거대함을 보고 경악한다. 어찌나 놀랐는지 발걸음마저 휘청거리며 창고 안으로 들어와서는 관을 가리키며 말을 더듬으며 물어본다. 화림은 보살에게 찹쌀이 좀 있는지 물어 보고, 이어 찹쌀 한 동이를 관 주위에 빈틈없이 뿌린다. 이후, 화림은 봉길에게 차에 가서 말의 피도 좀 갖고 오라고 하는데, 상덕과 영근이 쳐다보자 화림은 이 관이 "좋은 건 아닌 거 아시잖아요."라고 말한다.

 

화면은 창고 안에 찹쌀과 말 피로 결계를 쳐놓은 관이 보이고, 이어 "첩장이라니요? 저게 대체 뭡니까?" 하는 고모의 목소리와 함께 고모와 딸이 이 광경을 보고 놀란 모습이 이어진다. 보국사의 대웅전. 고모와 상덕, 화림을 제외한 인원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고, 세 사람이 대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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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덕 : "알고 계신 거를 전부 다 말씀해 주십시오."

고모 :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왜 거기에 저런 게 묻혀 있는지... 그리고, 왜 아버지의 묘가 그런 나쁜 곳에 있었는지두요."

상덕 : "명정에 적혀 있더라구요. 중추원 부의장 후작 박근현이라구요. 부친께선 아주 유명하신 분이셨더군요. 나라를 팔아먹은... 그래서 그 스님께서 부친께 벌을 내리신 게..."

고모 : (말을 자르며)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모르겠다구요... 그 기순애라는 스님, 한국 사람이 아니라, 일본 사람이었습니다."

상덕 : ?

화림 : 일본 사람이요?

고모 : (지갑에서 가족사진을 꺼내 상덕에게 건낸다.) 이름이... 무라야마 준지라고 했습니다. 조선 팔도강산을 다~ 꿰고 있는 사람이라고 들었어요. 근데 왜 자기들에게 충성을 바친 아버지를 그런 나쁜 곳에 묻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고모는 미국의 아이는 괜찮다고 연락 받았다고 하며, 지용이 약속한 사례는 자기가 준비할 테니, 저 관은 그냥 알아서 처리해달라고 말한다.

 

일행은 떠나는 고모를 배웅하고 나서, 보국사 대웅전 앞마당에 놓인 장작통에서 봉길의 축문과 함께 동티의 원인이 됐던 뱀의 사체와 부적을 태우면서 치성을 지낸다. 치성 드리는 중에 일행은 창고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치성이 끝나자 화림이 관을 바로 태워 버리자고 한다. 상덕도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내일 동트는 대로 바로 태우자고 한다. 영근도 격하게 동의한다. 마침 보살님이 다가와 국수 좀 삶아놨는데 몸들 좀 녹이라고 말한다. 영근은 보살에게 고맙다고 다들 들어가자고 한다. 들어가면서 영근은 산세가 쭉 뻗었지만 처음부터 느낌이 안 좋더라면서 주절거리고, 봉길도 오늘 한 끼도 못 먹었다며 간다. 그 날 내내 식사할 여유조차 없었던 일행은 절간 옆 요사채에서 보살이 끓여준 국수를 폭풍흡입하고 보살이 담가 놓은 더덕주도 권해 받으며 즐거워한다. 화림은 식사 내내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춘다.

 

밖에 있는 백구는 창고 쪽을 바라보며 낑낑거린다.

 

7. . 도깨비불(おに)

보국사의 창고가 보이고 "도깨비불"이라는 소제목이 떠있다. 소제목은 후리가나처럼 ""이라는 단어 쪽에만 おに(오니)라는 일본어가 작게 표기되어있다.

 

남자들은 요사채에서 자고 있다. 식사가 끝난 후, 화림은 차 안에서 언니라 부르는 사람과 통화한다.

 

화림 : ". 무라야마 준지."

오광심 : "기억 안 나나? 전에 선생님이 가끔 얘기 했잖아. 일본에서 그... , 여우음양사."

화림 : "그래, 맞다. 음양사 무라야마."

오광심: "옛날에 선생님도 한번 만났다는데? ()가 너무 세가꼬, 사람 아이라꼬. 분명 여우 새끼라꼬, ... 니 그건 와? 지금 어딘데?"

화림: ", 아니야. 알겠어. 고마워요. 광심 언니. 또 전화할게."

 

통화를 끊고 나서 화림은 "할매요. 할매요... 나 기분이 이상해." 덮고 있던 점퍼를 입가로 끌어 올린 후, 잠에 든다. 룸미러로 뒷좌석에 흰 소복 입은 할머니의 모습이 희미하게 비친다.

 

한편, 보살은 본당의 부처님 아래서 이불을 펴려는데, 밖에서 쾅쾅거리는 꽤나 큰 소음이 들린다. 보살은 소리나는 방향을 이게 무슨 소린가 하는 얼굴로 한동안 쳐다보더니 이내 밖을 나간다. 불상의 얼굴에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요사채 방에서 영근이 뭔가에 짓눌리는 듯한 신음을 내다가 그것이 옮겨간 듯 옆자리의 봉길이 신음을 내기 시작한다. 이내 봉길이 슬며시 눈을 뜨자 피투성이의 처참한 모습의 보살이 봉길을 쳐다보며 배를 쿡쿡 밟고 있다. 보살은 헉헉거리며 알 수 없는 말을 계속 중얼거리면서 계속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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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간을 빼갔어... 내 간을... 내 간을... 허억... 허억... 허억... 내 간을 빼갔어... 내 간을... 내 간을... 어떤 놈이 내 간을 빼갔다고... 내 간을 빼갔어. 어떤 놈이. 내 간을 빼갔어. 내 간을 빼갔다니까? 내 간을 빼갔어. 내 옷은 어딨어? 내 옷은 어딨냐고? 내 옷, 내 옷, 내 옷, 내 옷은? 어떤 놈이 내 간을 빼갔어. 내 옷, 내 간, 내 옷, 내 간...

 

이에 봉길은 가위에 눌린 것임을 인지하고 욕설을 중얼거리며 오른손 손가락 끝으로 바닥에 어떤 문자를 쓰고 나서 기합을 넣으며 기상하자, 배 위에는 아무 것도 없다.

 

일어난 봉길이 급히 보살을 찾아 본당으로 들어가지만 없었고, 관을 놓아둔 창고 문은 여전히 자물쇠로 단단히 잠겨 있는 것을 확인한다. 그때 멀리서 돼지 멱 따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축사 노동자로 보이는 누군가가 축사로 황급히 뛰어 들어간다. 봉길이 축사에 도착해 구멍난 벽 틈새로 안을 들여다 보는데, 이미 돼지 몇 마리가 배가 터져 죽어 있고, 아까 먼저 들어갔던 사람이 무언가에 의해 멱살이 잡혀 공중에 떠있는 것을 목격하고는 황급히 도망친다. 정체불명의 형체는 멱살 잡은 사람의 목을 뜯어버린다. 봉길이 황급히 보국사로 올라가는 길 옆 비닐하우스 사이에 얼굴이 무언가에 긁힌 듯 심하게 훼손되고, 복부에 막대기가 꽂혀있는 보살의 시신이 있다.

 

봉길은 차창을 노크해, 차 안에서 자고 있던 화림을 깨우고, 창고로 오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달려간다. 그런데 화림이 나가려는 찰나, 뒷좌석에서 할매신이 "화림아!"라며 화림의 손을 잡는다. 화림은 뒷좌석을 돌아보며 한동안 무슨 의미일까 생각한다. 봉길 혼자서 먼저 잠긴 자물쇠를 열고 창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뒤이어 화림도 도착한다. 창고에 들어서자 마자 봉길이 ", 씨발, 누린내." 하며 코를 틀어막고, 화림과 봉길이 창고 안의 충격적인 광경을 보고 말을 잇지 못한다. 관 뚜껑은 다 터져 있고 관을 휘감고 있던 철조망도 전부 끊어져 있었던 것. 화림은 곧 창고의 천장에 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확인하고, "봉인 때문에 위를 뚫었어." 라며 관 속에 있는 무언가가 봉인을 뚫지 못해 천장을 부수고 나간 것을 간파한다. 그 얘기를 들은 봉길이 "이거 지금..." 하며 당황하자 화림이 "뭔데? 이 새끼야. 말을 해." 하고 다그치고, 봉길은 여기 있던 것이 지금 밑에 축사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심각함을 느낀 화림은 봉길에게 빨리 사람들을 깨우라고 시킨다.

 

홀로 창고에 남은 화림은 관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는데, 지네 장식이 붙은 사무라이 투구였다. 곧이어 밖에서 공룡 발걸음 같은 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그리고 살짝 열린 문 틈으로 피가 잔뜩 묻은 무언가의 발이 나오는데,

 

충격적이게도 문 앞에 드러난 형체의 정체는 피를 줄줄 흘리며 다가오는 중세 일본 갑옷을 입은 거인이었다.

 

그때 괴물이 창고 문이 열린 것을 보고 안에 누군가 있다고 생각하여 중세 일본어로 말을 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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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 "かんぬきがけておる(빗장이 풀렸구나.) がおるのか?(인간이 있느냐.)"

(화림은 황급히 투구를 바닥에 내려 놓고 절한다.)

괴물 : "星兜ほしかぶとをりにたのじゃ(내 투구를 찾으러 왔다.) 人間おるか(인간이 있느냐.)"

화림 : (떨리는 목소리로) "いいえいます人間じゃありません貴下様部下です(아닙니다. 인간이 아닙니다. 당신의 부하입니다.)"

괴물 : "ようか(그런가.)"

(괴물이 이동한다.)

괴물 : "ではあゆとくわうりをえておるか? (그렇다면 은어와 참외를 대령하였느냐.)"

(화림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순간 당황해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다른 곳으로 움직이는 듯했던 괴물이 다시 돌아온다.)

괴물 : "御主大名言葉らんのか?!!! (너의 다이묘의 말이 들리지 않느냐?!!!)"

(괴물이 화림에게 들고 있던 사람 머리 하나를 던진다.)

괴물 : "敵将ってたのじゃ(적장의 목을 베어 왔다.)"

(뜯긴 사람 머리를 보고 기겁한 화림이 비명과 울음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말한다.}

화림 : "いますいます(아닙니다. 아닙니다.) 準備します(은어를 준비하겠습니다.)"

(고요해지자 고개를 든 화림은 어느샌가 괴물의 모습이 문 앞에서 사라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다 별안간 천장에서 나무가 밟히는 듯한 끄으윽 끄으윽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화림이 소리가 들리는 천장 구멍을 바라본다.)

괴물 : "人間じゃの(인간이다.) 흐흐흐흐흐..."

 

공포에 빠진 화림이 문 밖으로 도망치고, 괴물의 발소리와 고함 소리가 뒤쫓는다. 때마침 봉길이 나타나 빠루로 괴물의 가슴을 찔렀으나 마치 벽마냥 미동도 없다. 봉길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화림을 보고 도망가라 말한다. 그러나 괴물이 양손으로 봉길의 머리를 움켜 잡는다. 괴물이 오른 손가락으로 봉길의 눈 주위를 어루만지는데, 봉길이 갑자기 홀린 듯, 힘이 빠져 버려 들고 있던 쇠막대를 놓치고, 이어 괴물은 봉길의 위장 부근에 손을 찔러 박고 쑤신다.

 

이어 괴물은 봉길을 놓고, 주저앉아 있던 화림을 향해 다가선다. 화림이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는데, 그 순간 멀리서 새벽 닭 울음소리가 울린다. 그때 괴물이 화림의 주변에 있는 석탑들을 보고는 "とう(승탑이다.)"라고 말한다. 직후, 두 번째 닭 울음소리가 들리고, 괴물은 갑자기 합장을 하고서 일본식 염불을 외기 시작한다.

 

그러자 갑자기 몸에 불이 붙더니 이내 온 몸이 불에 휩싸이기 시작하는 괴물. 그때 상덕과 영근도 마당으로 들어서며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이윽고 괴물은 마치 폭발하듯 하나의 거대한 도깨비불로 변하더니 하늘로 솟구쳐 빙빙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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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정체는 바로 일본 도깨비인 오니(おに). 오니의 괴성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도깨비불을 보는 세 사람들에게 각자 무서운 환영이 스치고, 잠시 허공을 휘돌던 도깨비불은 하늘 저편으로 사라진다.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화림은 쓰러진 채로 각혈하는 봉길에게 달려가고 "선생님 도와주세요!" 하고 울부짖는다. 영근은 "무슨 돈이 얼마.", "누구한테 얼마 갚아야 하는데."하며 주절주절하고 있다. 옆에서 그러고 있는 영근을 상덕이 물끄러미 보다가 화림이 자신을 향해 도와달라고 울부짖는 걸 보면서도 멍하니 있다.

 

인근 병원의 병실. 간호사가 영근과 상덕의 체열을 재는 동안 병실에 있는 TV에선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뉴스에서는 '강원도 고성에서는 야생 곰의 습격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해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며, 피해를 입은 마을 축사에서는 십수 마리의 돼지가 복부가 찢긴 채로 발견됐고, 동일한 공격을 받은 시신 2구를 추가로 찾아냈다고 한다. 피해자는 인근 사찰의 스님과 해당 축사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로 밝혀졌다고 하며, 지자체와 군부대가 함께 야생 곰 추적에 나섰다고 한다.

 

수술실 앞에는 화림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상덕이 나타나 옆자리에 앉는다. 상덕은 화림을 볼 면목이 없는지, 바닥만 쳐다보며 착잡한 심경을 말한다.

 

상덕 : "미안하다. 내가 괜히 그거 꺼내자고 해가지고. 봉길이도 그렇고, 보살님도 그렇고."

화림 : "봉길이 야구하다가 신병 걸려서 그만두고, 가족들한테 버림당해서 선생님을 찾아왔을 때, 무당 되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는데, 나랑 있으면 괜찮다고, 겁날 게 없다고 그랬는데... 내가 쫄아서 가만있었어요." (말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던 화림은 끝내 눈물을 흘린다.)

화림: "발자국이 있었어요. 그림자도... 무속에는요. 정설이 있어요. ()은 불완전하고, ()는 육신이 없어서, 그래서 결국, 사람의 온전한 정신과 육체를 절대 이길 수 없단 말이에요. 근데 그건 완전히 다른 거에요. 혼령이 아니라 정령이에요."

상덕: "정령?"

화림: "사람이나 동물의 혼이 사물에 붙어 같이 진화한 거에요. 우리나라에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정체가 뭔지, 어디서 왔는지, 왜 그 박씨 집안 묘에 있었는지."

(이 이야기를 하면서 화림은 어린 시절 스승을 따라 일본에서 무속일을 하며 만났던 빗자루 정령을 회상한다.

 

그때, 봉길의 응급수술이 끝나고 의사가 나와 수술결과를 얘기한다. "복부 내장 쪽에 손상이 많아요. 피도 많이 흘렸고. 근데, 문제는 척추에 손상이 좀 있어서 빨리 큰 병원으로 보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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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말을 들은 상덕의 눈에 맞은 편 벽에 걸린 사진 액자가 들어온다. 사진 속 산맥의 모습을 훑다가 이윽고 사진 아래쪽에 있는 제목 '한반도의 척추 <백두대간>'에 눈길이 다다른다. 순간 뇌리에 박지용이 죽기 전에 했던 말이 스친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고."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상덕은 다시 보국사로 향한다.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는 보국사에 들어간 상덕은 당시엔 도굴이 심해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묘를 소박하게 모셨다고 하던 지용의 말, 그 도굴꾼들 짐들이 아직도 창고에 남아 있다고 하던 보살의 말을 떠올리고 창고 안에 도굴꾼들이 남기고 간 물건을 조사한다. 상자의 경첩이 망가져 있는 것을 발견한 상덕이 문짝을 열자, 안에는 책들이 가득하고, 그 중 풍수 표식이 그려진 책을 펼친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한글로 적힌 글, 백두대간의 특정 지점에 빨간 점으로 표시한 한반도 고지도, 팔괘와 오행의 그림 그리고 오래된 단체사진을 발견한다. 사진 뒷면에는 '우리의 땅 나의 동지들 鐵血團(철혈단)'이라 적혀 있다.

 

한편 서울의 큰 병원. 병원 로비에서 의사가 화림에게 봉길의 수술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급한 대로 장기 손상은 막은 상태고, 추가적으로 검사를 해봐야 되겠지만 일단 의식이 돌아와야 하는데, 이상하긴 하다고 한다.

 

봉길의 병실. 의식없이 침대에 누워있는 봉길을 보고 있는 중년 여성 광심(김선영 )과 교복에 책가방을 맨 10대 여학생 자혜(김지안 )가 있다. 광심이 "~ 이게 뭔~ 일이고~." 하고 탄식하고, 뒤편에서 화림은 "다행히 고비는 넘겼는데, 척추가 좀 다쳤대요." 하고 말한다. 광심이 "걸을 수 있다드나?" 하고 물어보자 "이겨내야 된대. 그래도 아재 건강하니까." 하고 답한다. 화림은 병실 한구석에 있는 탁자에서 시루떡 포장을 벗기고 있다. 광심이 화림을 돌아보면서 "니 요새 뭐하고 돌아다니는데? 도대체? 뭔데~?" 하고 잔뜩 인상을 쓰고 물어본다. 그때 자혜가 "언니, 아재한테서 누린내 나는데?" 라고 말하자 광심은 봉길을 돌아보고, 그때, 화림이 돼지고기 수육과 시루떡을 한 손씩 들고 와서 "알아. 그래서 부른 거야. 우리 오랜만에 도깨비 놀이나 한번 하자"라고 제안한다. 한숨 쉬는 광심, 걱정스레 쳐다보는 자혜. 화림은 "박자혜 뭐하냐? 문 잠가."하고 명령한다.

 

8. . 쇠말뚝(鐵針)

화면에 날이 밝은 한 산맥이 보이고, 가운데 소제목이 떠있다.

 

상덕이 홀로 곡괭이와 삽을 들고 산을 오르고 있다. 이 연장들은 전날 보국사 창고에서 발견한 철혈단의 도구들이다. 도구에 철혈단 단원, 본인들의 이름을 새겨 놓은 것을 발견하고, 단원들의 이름들을 하나씩 읽으며, 사진 속 철혈단 단원들이 도굴꾼들 치곤 너무 비장하다는 것과 사진 속에 단원들 발 밑에 쇠말뚝들이 가득 있던 것을 생각한다. 이후 상덕이 철혈단의 곡괭이로 땅을 찍는 장면이 비춰지는데, 바로 첩장을 발견했던 곳이다. 상덕은 여기저기 곡괭이질을 하며 뭔가를 찾는다.

 

봉길의 병실. 봉길의 가슴팍에는 테두리가 그을린 부적이, 병원 침대의 테이블 위에는 돼지고기 수육과 시루떡이 놓여 있다. 무당 삼인이 봉길의 침대를 중심으로 각 방위를 맡아 서서 주문을 외고 있다. 곧이어, 화림은 전라도 사투리, 광심은 경상도 사투리, 자혜는 충청도 사투리로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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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림 | "~, 아지매들, 겁나게 오랜만이요잉~. 모두 다 오셨지라~?"

광심 | "내 방금 왔다~. 추수도 끝나고, 날씨도 쌀쌀해지는데, 어째... 다들 괘않나?"

자혜 | "아이고~ 다들 이렇게 모였는디. 어서(어디서) , 부침이라도 부쳐갖고 와야 되겄네~"

광심 | "걱정을 마~. 내 안 그래도... 수수떡하고 돼지고기 한~~~(한가득) 삶아 왔다."

화림 | "어디서 맛난 냄시가 솔~찬히 풍겨 분다 했는디~. 넉넉하게 갖고 왔지라잉?"

자혜 | "~~~청 갖고 왔슈~ 서이 먹어도 남아 불겄네~."

(침대 식탁 위 돼지고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데, 갑자기 의식 없던 봉길이 '흡흡'하고 코를 찡그리며 냄새를 맡는다.)

화림 | "그라믄, ~짝 너머 사는 장 서방하고 제천 댁도 함 불러야 되겄는디~?"

광심 | "~하러 바쁜 사람 불러쌌노? 그냥, 우리끼리 조용~히 맛있게 먹ㅡ."

봉길 | "그래... 우리끼리 먹자고... 은어도 좀 잡아왔는가...?"

(자혜가 봉길을 쳐다보다가 '지금' 하는 표정으로 화림을 돌아보고, 화림도 광심을 돌아본다. 광심도 봉길을 보다가 눈만 돌려 화림을 마주 보고는 살며시 웃음기를 띄며 봉길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광심 | "~? 어디 윤~서방?이 온 거 같은데?"

화림 | "어따, 뭔 소리여? 윤서방 야그 못 들어부렀어?"

자혜 | "글쥬~ 윤서방이 왔을리가 없쥬~"

광심 | "다들 뭐라는 기고? 빨랑 말 안 하나?"

화림 | "말도 말랑께요. 거시기 어디서 겁~나게 험한 걸 만났다 그라든디~."

광심 | "뭘 얼매나 험한 걸 만났길래. 그라고 옴팡지게 앓아 누웠단 말이고?"

자혜 | "모르는겨? 밤중에 손님을 만났대유~"

봉길 | "흐하합! (입술을 꾹 닫으며, 웃음을 참는다.) 뭔 소리야. ... . ."

'으헤헷 헤헷 끄하하하학' (봉길이 웃기 시작한다.)

광심 | "어이구, 윤서방? 뭘 그래 봤는데, 고래 쩔어 누워있노?"

(봉길이 입을 꾹 다문 채, 웃음을 억지로 참아보려 하지만 웃음이 계속 터지는지 '으흐흐흐흠'하고 웃는다.)

자혜 | "... 이 양반 멀쩡해보였는디..."

화림 | "누구여라? 거시기 만났다는 손님이? 언능 쪼~까 말해보쇼?

봉길 | (웃음을 잠시 멈추고) "... ... ..." 끄흐흐흐...

광심 | (자혜 쪽으로 옮겨오며) "주인님~? 어떤 주인님?"

(봉길이 답은 않고, 웃는지 우는지 계속 웃고만 있자 광심이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한다.)

(바로 화림이 손을 들어 막고. 봉길의 귓가에 바짝 다가간다.)

화림 | "빨리 말해, 씨벌놈아."

 

그러자 봉길의 눈이 서서히 뜨인다. 그러더니 화림을 쳐다본다.

 

봉길 | "万人になられた殿(나의 주인님. 만 명을 베어 신이 된 분이다.)"

화림 | "その殿様どこにいらっしゃる(그 주인님. 지금 어디에 계시는데...)" (봉길이 씨익 웃는다.)

 

그때, 상덕은 여전히 뭔가를 찾아 묫바닥을 한참 파헤치고 있다. 찾아지지 않자 주머니에서 윤도판(輪圖板)을 꺼내 보는 상덕. 윤도판을 유심히 지켜보더니 한 곳을 쳐다본다.

 

봉길 | "三八三四一七 一二八三一八九 (삼팔삼사일칠 일이팔삼일팔구)." X3 (끌끌끌 하고 웃는다.)

광심 | "사쿠라다..."

봉길 | "られておられる将軍じゃ~(그곳을 지키고 계신 장군님이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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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덕이 윤도판이 가리키는 곳을 곡괭이로 찍자 흙벽이 무너져 내리는데, 뭔가를 보고 몹시 놀라 뒤로 엎어지다시피 뒷걸음질 친다. 일전에 봤던 오니가 그곳에 잠들어 있는 것이다. 상덕이 엄청난 공포에 빠져 숨을 몰아 쉬다가 이내 도망친다.

 

다시 병실. 봉길이 "殿~! 御覧くださいませ!(주인님! 저를 봐주십시오!) がここに殿ろうとございますよ(여기에 제가 있습니다. 당신의 몸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크게 외치고 가쁜 숨을 내쉬더니, 냄새를 크게 몇 번 맡고는 광심의 임신한 배를 광기 어린 표정으로 보면서 "... 그 고길 꺼내드릴 거야...!"라고 말한다. 이어 자혜를 보면서는 "자혜야, 일로 와봐... 나 좀 살려줘 자혜야..." 라고 불쌍하게 말하더니 무서워하는 자혜 표정이 재밌다는 듯 "크핫핫핫핫핫" 하고 돌변해 웃는다.

 

봉길 | (자혜, 광심을 훑어보며) "... 이 씨발년들..." (화림과 눈을 맞추며) "니들 다 죽어..."

 

화림은 봉길의 가슴에 있던 부적을 확 떼버리고 봉길은 다시 의식을 잃는다. 자혜는 건네받은 부적을 유리컵에 태워버린다.

 

도깨비 놀이가 끝나고, 광심은 나갈 채비를 하며 말한다. "화림아, 이거 하지 마라. 일본 귀신이다.", "알고 있어...", "아무 관련 없어도 그냥 죽인다고~. 근처만 가도 다 죽인다고~. 니 일전에 일본서 못 봤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라. 아무리 니 할매가 니 옆에 있다케도~, 이거는 안 된다!"고 경고하며 자혜를 데리고 나가려 하자, 화림이 "그럼 봉길이는?"하고 말한다. 광심은 잠깐 멈춰서 심난한 표정을 짓지만 "전화할게. 가자."는 말을 남기고 자혜와 나가버리고, 화림이 나가는 사형제들을 보다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봉길을 돌아본다.

 

의열 장의사 사무실 문을 박차고 나온 상덕이 가로수에 토를 한다. 그 모습을 걱정스레 영근이 바라본다. 둘이 막걸리를 먹고 있었던 것.

 

영근 | "그 밑에서 그게 있다는 거에요? 원래대로 돌아갔단 얘긴데?... , 근데, 형님은 또 거길 왜 간 거에요? ?... ?!

(담배만 뻐끔뻐끔 피는 상덕)

상덕 | "그 박지용이 그 양반이 죽기 전에 그러더라고...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영근 | "아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상덕 | "우리 풍수에서는 조선 땅의 형상이 호랭이거든. 대륙을 움켜잡고 있는 범."

영근 | "근데?"

상덕 | "그 비석 뒤에 새겨져 있던 그 숫자들. 위도하고 경도. 거 어디겠어? 맞아. 거기야... 정확하게 범의 허리. 그 화림이가 말했던 그 여우 음양사. 그 여우 새끼가! 거기에다가 콱! 대빵만한 쇠침을 박았다는 거지."

 

봉길의 병실. 상덕이 영근에게 했던 설명을, 병실 탁자 위에 지도를 깔아 놓고, 칼로 찍으며 열성적으로 설명하던 것이다. 설명을 마친 상덕이 화림을 쳐다 본다. 주머니에 손을 꽂고, 서서 가만히 듣던 화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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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림 | "그럼 그 위에 미국 박씨 집안 묘는 뭔데요?"

(상덕은 철혈단 사진을 내밀며 말한다.)

상덕 | "저기 저 비장하게 생긴 사람들이 계속 그런 걸 찾아 뽑고 다니니까, 그 당시 고관대작 묘를 그 위에 그냥 덮어 버린 거야. 아예 접근도 하지 못하게."

영근 | "그럼, 왜 거기 귀신이 있는 건데? ?"

(상덕이 할 말이 없어지고, 그때 화림은, 봉길이 도깨비놀이 때 일본어로 '그곳을 지키는 장군이시지'하고 말한 것과 숫자를 외쳤던 장면을 떠올린다.)

화림 | "아마도 그게 쇠침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아요."

(영근은 한숨을 푹~ 쉬고, 상덕은 슬금슬금 화림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상덕 | "이화림이... 우리, 비지니스 관계지만 내가 돈 안 되는 부탁 좀 하나 하자."

(영근이 상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끼어들며 말한다.)

영근 | "에이, 저 이거, 쓸데없는 생각하고 계시면 말도 꺼내지 마요. , 민족 정기니... , 쇠말뚝으로 뭐, 나라를 반토막 낸다느니... 그런 걸 아직까지 믿어요? 그 절에 있는 쇠침들, 그거 다 토지측량용이잖아~. 아시잖아요~. 전에 학회에서도 99%가 가짜라고 하잖아~."

상덕 | "그럼 1%!"

상덕 | ..."고 장로."

영근 | "왜요?"

상덕 | "이건 그냥 일반 묘하고 달라. 뭔가 치밀한 계산이 돼 있다고...!"

영근 | "... 얼마 전에, 그 무덤 때문에 사람 죽어나가는 거 봤잖아요...? 또 줄초상 당하고 싶어요...? 형님, 쇠침이 박혀 있든, 뭐하든 간에 그냥 우리 잘 살아왔잖아요...? 지금까지~, 별 탈없이~, 근데, 이제 와서 왜 그러는 거예요...?!"

상덕 | "그래, 자네나 나나... 우리가 돈 있는 놈들한테 땅 팔아서 그동안 잘 먹고 잘 살았지... 근데, 그것 때문에 그래... '고 장로', 이건 땅이야, ...!' 앞으로 태어날 손주놈이 밟고 살아가야 할 땅이라고! 그리고 자네나, 나나, 우리가, 모두 다! 그리고 다음 어느 누군가!!

(영근이 긴 한숨을 쉰다.)

상덕 | "화림아. 정령이래매. 니 말대로 그게 쇠에 붙은 귀신이라면은 우리가 그 쇠침 뽑아 버리면 되는 거 아냐? ? 그리고 그 쇠침이 없어지면 봉길이도 괜찮아질 수 있잖아?"

(화림이 봉길을 돌아본다.)

영근 | "아휴... 아유 뭐, 장군인가? 뭔가? 이렇게 떡!하고 버티고 있다매요~? 근데 그걸 어떻게 뽑아~? 그 절에서 봤잖아요~? 어우, 나 진짜..."

(화림이 어린 시절 스승과 일본에서 정령을 퇴치하던 기억을 떠올린다.)

화림 | '짐승처럼 부르고... 정령으로 말한다.'

영근 : "진짜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고, 할 수 없는 게 있어요."

화림 | "미안한데 그 귀신.. 없앨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에요. 아무 원한 없어도 근처에만 가도 다 죽이는게 일본 귀신이에요.

근데, 없앨 순 없는데... 잠깐 나오겐 할 수 있어요... 시간은 끌어 줄 수 있다구."

 

그때 갑자기 봉길이 몸을 뒤틀기 시작하고 의료기기에서 경고음이 빗발친다. 얼마 뒤, 의료진이 와서 봉길의 왼쪽 옆구리 상처를 드레싱 하는데, 이를 지켜보던 화림은 뭔가 깨닫고 말하자 모두가 화림을 돌아보는 가운데,

 

화림 | "이 새끼 문신을 피해갔네?"

영근 | "이게 무슨 문신인데?"

화림 | "저거 축경(逐經)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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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림은 오니가 공격한 상처 부위가 봉길이 온 몸에 새긴 문신을 절묘히 피해간 것을 본 것이다. 문신이 가득한 봉길의 복부가 클로즈 업된 채로 카메라가 위로 올라간다. 동시에 백두대간 산맥이 오버랩 되면서 화면이 전환된다.

 

지프차가 트렁크에 삽과 곡괭이, 생 은어가 가득 담겨있는 투명 낚시 물가방 2개를 실은 채, 어디론가 가고 있다. 상덕, 영근, 화림이 가고 있는 길 앞에 도로 진입을 차단하고 있는 지자체 공무원들과 군인들이 나타난다. 군청직원(최교식 )"아 저, 죄송합니다~. 저 근처에 그, 산짐승 피해가 있어서요..." 하고 상덕의 차로 다가오며, 손에 든 파일 서류에 상덕의 차 번호를 적더니 상덕을 보곤 흠칫 놀란다. 얼굴부터 손등까지 온몸에 한자를 잔뜩 써 놓은 상덕 일행. 상덕은 사람 좋게 웃고 있고, 영근은 손으로 목과 얼굴을 가린 것도 모자라 고개도 밖으로 돌리고 앉아있고, 뒤에 앉은 화림은 군청직원과 눈이 마주치자 아무렇지 않은 척, 앞으로 눈을 돌린다. 군청직원이 일행을 돌아보면서 어디 가시는 길이냐고 떨떠름하며 묻자, 고개를 돌리고 있던 영근이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선산에 벌초하러 왔다고 답한다. 군청직원이 이에 산부터 군부대랑 같이 수색 중이라고 말하자, 상덕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금방 올라갔다가 금방 작업하고 내려올 것이라고 둘러댄다. 그 말을 들은 군청직원은 문을 열어 주라고 한다. 군청 직원들과 군인들이 상덕의 차가 지나가는 것을 신기한 듯이 다가와 쳐다본다.

 

파묘한 구덩이에 도착한 상덕. 살아서 펄떡대는 은어 한 마리를 꺼내 던져 넣는다. 이후, 길을 따라 은어를 한 마리씩을 놓으며 어디론가 향한다. 영근도 숲에서 길을 따라 은어를 던져놓고 있다. 도착한 곳은 산 중턱 어귀에 있던 큰 주목나무. 그 앞에 화림이 금줄을 손에 든 채, 나무를 지켜보고 있다.

 

얼마 뒤, 수색이 끝났는지 도로를 차단하던 공무원과 군은 철수, 복귀 명령 방송을 하고 있다. 그때, 화림은 '원하는 걸 줬으니까 정령이 아마 축시(AM 1~3)쯤 움직일 것'이고, '주목나무까지만 유인하면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시간을 끌어보겠다'고 한다. 영근은 우리가 금방 뽑아올테니까 30분만 잘 버텨달라고 한다. 화림은 말피가 가득 든 말통을 꺼내, 두 사람이 쇠침을 꺼내면 이 말피에 씻어 없애는 거라고 계획을 설명한다. 화림은 상덕에게 쇠침 그거 진짜 있을 것이냐고 묻자 상덕은 고갤 끄덕이며 100%라고 말해 확신을 준다.

 

어느덧 늦은 밤, 봉길이 입원 중인 병실에는 광심과 자혜가 있다. 화림이 광심에게 '오늘 봉길이 좀 봐달라', '일이 틀어지면 봉길이가 위험하다'고 부탁한 것. 병원 사람들이 슬슬 사라지자 그때까지 문 밖에서 폰을 하는 척, 출입문을 막고 있던 자혜가 병실로 들어가고, 문에는 큼지막한 부적이 붙어 있다. 광심이 경면주사(鏡面朱砂)로 봉길의 발바닥에 (진압할 진)자를 쓰고 있는데, 봉길의 이마에는 이미 (닭 계)자가 쓰여 있다. 병원 바닥에는 마대 자루 하나가 있는데, 안에서 뭔가가 꿈틀대고 있고, 자혜는 창문으로 다가가 부적을 하나 붙인다.

 

달이 구름에 가린 밤, 상덕은 무덤 근처 언덕에서 몸을 숨긴 채, 구덩이를 지켜 보고 있다. 영근이 상덕에게 그만 보라며, 오니는 축시에 나온다지 않았냐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상덕이 보기를 그만두고 돌아 앉아서 같이 와줘서 고맙다고 고마움을 표시하자, 영근은 "한 사람이면 패할 수 있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 하느니라... 전도서 412... 아멘!" 하고 답한다.

 

화림은 멀리 구덩이를 바라보며 숲에서 전자담배를 피면서 긴장을 풀고 있고, 봉길의 병실에서는 다리에 끈이 묶인 닭이 곡식 낱알을 쪼고 있는 모습을 보던 자혜가 "언니, 얘 안 죽였으면 좋겠다."하고 말하자, 광심은 "아재 대신 죽는 거다. 그럼 니는? '교촌 잘 무그면서 와 그라는데?"하고 핀잔한다.

 

새벽 110분을 조금 넘긴 시간. 부엉이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서 울고 있다. 영근은 눈을 감고 앉아 있고, 상덕은 초조히 구덩이를 바라본다. 화림도 전자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구덩이를 주목하고 있다. 부엉이가 날아간 그때, 땅 속에서 거대하고 주름진 검은 손이 올라와 은어를 거머쥐고, 다시 땅 속으로 들어간다.

 

그 시각, 병실에 누운 봉길이 뭔가를 씹어 먹듯 입을 움직이자 자혜와 광심이 봉길을 쳐다본다. 오니가 구덩이를 나와 길에 놓인 은어를 하나씩 집어 먹으며 발걸음을 옮기자, 화림은 주목나무까지 뛰어 간다. 도착한 화림은 황급히 나뭇가지 뭉치에 불을 붙여 뿌리나 옹이 사이사이에 넣어 사위를 연기로 자욱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오니가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상덕과 영근. 화림은 나무 뒤에서 오는 지 지켜보고 있다가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이내 몸을 숨기고, 곧이어 땅에 떨어져 있는 은어를 슬며시 잡는 오니의 손이 나타나고 한 입 베어문다. 앞에 자신이 찾던 투구를 발견하고는 나무를 보고 씨익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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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림 | "鱈腹たらふくがりましたか? (배불리 드셨습니까?)"

 

오니는 들은 채, 만 채, 그저 은어를 뜯어 먹는다.

 

그때, 상덕과 영근은 헤드랜턴을 쓰고, 말피가 든 말통과 철혈단의 곡괭이, 삽들을 들고 묫바닥으로 달려 들어간다. 묫바닥에 오니가 빠져나온 구멍이 크게 있다. 상덕이 거길 보며 "이쪽이야" 하고 말하고, 둘은 동시에 삽을 뜬다. 병실에 있는 봉길은 입을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눈을 뜨고 뭔가를 바라보는 듯하다. 오니가 자신의 앞에 있는 주목나무를 보며 은어를 뜯고 있다.

 

화림 | "そこに何方かいるのですか? (거기 누구 계십니까?) 物騒がしいです(나의 산이 소란스럽습니다.)"

오니 | (손가락으로 나무를 가리키며) "このおきなの(이 산이 노인의 산인가?)"

화림 | "そうですここはです(그렇다. 여기는 나의 산이지요.)

봉길 | "糞垂れのじゃの(빌어먹을 나무 노인이군.)"

오니 | "何故なにゆえこえぬのじゃ(그런데 왜 총포 소리와 칼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화림 | "それはいますすでに戦争わってしい(이미 전쟁이 끝난지 오래입니다.)"

오니 | (말을 끊으며) "いな! まだ儂等わっておらぬ(아니! 아직 우리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상덕과 영근은 열심히 쇠말뚝을 찾아 삽질을 하고 있다.

 

화림 | "あなたはなぜここいるんですか(당신은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

(음흉한 웃음과 함께 오니가 주변을 걷기 시작한다.)

오니 | "かの大徳った此処ここへしたのじゃ(그 여우가 다이토쿠에 모셔져 있던 나를 이곳에 옮겼다.)

南山神宮ではなく此処ここへれてたのじゃ(나를 남산의 신궁이 아니라 여기로 데리고 왔단 말이다.)"

오니 | 흐흐흐흐... "周仁一族仕業でやろ(가타히토의 자식들이 시킨 거겠지.)"

봉길 | "くば仕業? (아니면 마코토의 짓이겠지.)"

 

상덕과 영근은 삽으로, 손으로 열심히 삽질을 하고 있다.

 

화림 | "もうここは静寂(이제 여기는 고요의 땅이다.) もうお前等がいるところじゃない(너희가 더이상 있을 곳이 아니다.)"

오니 | (광소를 터트리고는) "っておる(아니다. 아니다.)

儂等かえぬばならん(우리는 계속 북을 향해야 한다.)

えを前進せい! (총칼을 들고 전진하라!)" (광소를 멈추지 않는다.)

봉길 | "前進せよ! (전진하라!)"

오니 & 봉길 | (오니가 하늘로 오른 주먹을 뻗으며) "! (북으로!) ! (북으로!)"

오니 & 봉길 | "勇猛蜈蚣じて退しりぞくしらぬ!/しません! (용맹한 지네는 절대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 (광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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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의 자혜와 광심은 봉길을 주시하고 있다. 화림은 주변을 둘러봐도 오니의 광소만 들리고 모습은 보이지 않자 두려움에 빠진다. 영근과 상덕은 어떤 것도 발견하지 못한다. 지친 영근이 "뭐지? 아무 것도 안 나와. 하이씨... "하고 망연자실해 있고, 상덕은 헤드랜턴도 벗어 옆으로 던져 버리고, 다시 힘내 곡괭이질을 시작한다.

 

화림 | (눈물이 그렁그렁하지만 용기를 내어) "ここのあるじであるがもう一度聞(이곳의 주인인 내가 다시 묻겠다.)

はいつからここにていたのか? (너는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가?)"

오니 | "礼儀すがよい! (나에게 예의를 갖추어라!) われこそはれその(나는 두려움이다.)"

화림 | "ここは! (이곳은 나의 땅이다.) もう一度聞! (다시 묻는다!) 一体何物! (너는 도대체 무엇인가!)"

 

곡괭이질을 멈추지 않던 상덕. 그런데, 하필 곡괭이 머리가 땅에 박혀 자루가 빠져 버린다. 상덕은 자루를 옆에 내동댕이 치고 곡괭이 머리를 주운 뒤 미친듯이 땅을 판다. 옆에서 삽질하던 영근은 "하이씨... 없어...없어..! 이씨..." 삽을 내동댕이 쳐버리고, 손으로 땅을 파헤치다가 화를 낸다. "없다고! 100% 있다매!" 이내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한 듯 구덩이 밖으로 뛰쳐 나간다. 상덕은 포기하지 않고, 급기야 곡괭이 머리도 집어던지고, 손으로 파헤치기 시작한다.

 

오니 | "れませぬ(기억하라.)

にてられはしたが肉体鱈腹りょうがし(세키가하라에서 적들이 내 목을 베었지만 난 이미 육신을 이겼다.)

となったのじゃ! (나는 전쟁의 신이다!)"

봉길 | "とわにくちはてぬ貴下様えてるつるぎでございまする(영원히 썩지 않는 주인님은 불타는 칼이시지요.)"

(오니가 묘의 좌표를 외친다. 그때 과거 세키가하라 전투의 회상이 스쳐 지나간다.}

오니 | "いをかけった(그 여우가 나에게 주문을 걸었다.) はここをらねばならぬ(나는 여기를 지켜야 한단 말이다.)"

(이때, 화림의 등 뒤에서 들리는 오니의 발자국 소리. 화림이 뒤를 돌아서 울먹이며 말한다.)

화림 | "かを支配しているんですか? (지금 누군가를 지배하고 있습니까?) あなたがりにしている人間してください(당신이 잡고 있는 인간을 해방해 주십시오.) ! (빨리!) いします! (부탁합니다!)"

(잠시간의 고요. 화림이 불안한 듯 옆을 올려다 보니, 투구를 쓴 오니가 나타난다. 소스라치게 놀라 넘어지는 화림.)

봉길 | (섬찟한 미소를 지으며) "人間じゃ (인간이다.)"

오니 | 前進...! 前進...! 前進...! 前進!!! (전진! 전진! 전진! 전진!!!)

 

오니가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전진!"을 외치며 화림에게 다가온다. 화림은 주저앉아 뒤로 도망가고, 오니가 계속 다가오다가 갑자기 멈춰 선다.

 

봉길 | "クソババァ... (망할 할망구)"

오니: | 으아아아아아아아아!!!!

 

화림의 뒤에 할머니 신이 서 있던 것이다. 화림은 오니와 할머니 신이 대치한 틈에 묘지로 서둘러 뛰어나간다. 오니와 봉길은 고함친다. 병실에서 광림과 자혜가 주문을 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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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을 뛰어가던 화림은 영근과 마주친다. "찾았어요?"하고 묻는 화림에게 영근이 "없어, 아무 것도 없어..." 하자, "그게 무슨 말이야?"하고 되묻는다. 영근이 "아무것도 없다구! 빨리... 허헉!" 그때, 두 사람의 머리 위 상공으로 거대한 도깨비불이 지나가는 것을 목격한다. 오니가 자기 묘로 돌아가는 것임을 깨닫고 영근이 "형님!"하고 외친다. 상덕은 "어딘가 있어. 어딘가 있어." 중얼거리면서 손으로 미친 듯이 땅을 헤집고 있다. 그러다 문득, 하늘을 쳐다본다. 멀리 숲에서 도깨비 불이 날아오고 있다. 병실의 봉길이 외친다. "三八三四一七 一二八三一八九殿このをおてくださいませ三八三四一七 一二八三一八九(삼팔삼사일칠 일이팔삼일팔구. 나의 다이묘여, 돌아가소서! 삼팔삼사일칠 일이팔삼일팔구)" 봉길의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옆에서 자혜와 광심이 지지 않고 주문을 외고 있다. "김상덕~!!" 영근이 묘터로 달려오며 외친다. 묘터 위를 선회하는 도깨비 불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상덕. 영근과 화림은 묘터 근처까지 와서 감히 다가서지 못하고 "빨리 나와~!!" 하고 소리친다.

 

홀린 듯이 불을 쳐다보던 상덕의 뇌리로 목소리와 생각들이 스친다. '영근: 그럼 왜 거기에 그 귀신이 있던 건데?', '화림: 그곳을 지키는 장군이라고 했어.', '영근 : 원래 있던 대로 돌아갔다는 거잖아요?', '상덕: 수직으로 세워진 관 본 적 있어?', 지도에 박았던 과도, 세로로 박힌 관, 흙 속에 묻혀 있던 오니.

 

"불이다..."

 

"그 불이 땅으로 들어간다." 상덕의 독백과 함께 영근이 "나와~!" 하고 소리쳐보지만, 속절없이 불이 구덩이 속으로 들어간다.

 

군데군데 불이 붙은 묫바닥 가운데에 상덕이 우두커니 서 있다. 그리고 오른쪽 어깨 뒤 어둠 속에서 오니의 손이 나타나 상덕의 몸을 쓸면서 맴돈다. 오니는 상덕의 정면에 서서 묻는다.

 

오니 | "下部しもべになるか(나의 부하가 될 것인가.) くばとりいだすか(그렇지 않으면 너의 간을 내놓을 것인가.)"

(상덕은 여전히 멍하게 서 있고, 오니가 손으로 그의 얼굴을 쓸면서 말한다.)

오니 | "まれし金剛りて(너의 몸에 적힌 금강을 다 외운지,)"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五百年ぎておる(오백 년이 넘었다.)"

(상덕은 오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속으로 생각한다.)

상덕 | '땅 속에 박힌 쇠... 그곳을 지키는 불!'

(노려보던 오니는 오른손을 상덕의 복부에 쑤셔 넣는다. 애초에 몸에 써 넣은 축경은 오니에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봉길 | (희열에 찬 얼굴로) "...(간을...) がりくださいませ(...먹으십시오.) 事新ことあたらしき... (그 신선한 간을.)"

 

영근과 화림이 구덩이로 달려와 오니가 상덕의 배를 찌른 것을 보고 기겁한다. 형님을 부르짖으며 영근이 흙을 뿌려대고, 그때 화림이 "말피! 이걸로 해야 돼요!" 하며 옆에 놓여 있는 말통을 발견해 뚜껑을 연다. 영근이 통째로 말피를 오니에게 부어버린다. 상덕을 보며 비릿하게 웃고 있던 오니가 피로 샤워를 하자, 봉길의 몸에서 연기가 나고 고통의 비명을 지른다. 피가 닿은 부분이 마치 염산처럼 연기가 피어 오르기 시작하자, 오니도 고통의 괴성을 지르며 상덕에게서 훌쩍 떨어진다. 병실에선 광심, 자혜가 전심을 다해 주문을 외고 있는 가운데, ''(진압할 진)자가 적힌 봉길의 손에서도 연기가 피어나고 봉길은 "白馬あつし~! (백마의 피! 뜨거워!)"하며 몸을 뒤튼다.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상덕은 지네 장식 투구가 말피에 서서히 타들어 가는 것을 목격한다. 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봉길이 외친다. "熟寝られませ(들어가소서.) ばれては二度りますぬ(다시는 들키시면 안 됩니다.)" 상덕의 눈에 마치 지네처럼 오니가 땅 속을 파고 들어가려 하는 게 보인다. 상덕은 화림이 '정령이에요. 사람이나 동물의 영혼이 사물에 붙어 같이 진화한 거에요.' 라고 했던 말을 떠올린다.

 

상덕 | '그래, 철이다. 네가 바로, 불타는 쇠다.'

 

열심히 땅을 파던 오니가 갑자기 멈추고 상덕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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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형님!", "선생님!"을 부르짖으며 영근과 화림이 상덕을 구하기 위해 묫바닥으로 내려온다. 화림이 '업고 빨리 나가야 된다'고 하는데, 그때 무력화된 줄 알았던 오니가 둘의 목을 양 손으로 붙잡고 번쩍 들어 올린다. 오니에 목이 졸리는 화림과 영근은 괴로워하고, 병실의 봉길은 눈 앞에 마치 두 사람을 잡고 있는 것처럼 잡아 먹을 듯이 노려본다. 두 사람이 오니와 눈이 마주치자 환영을 보기 시작한다.

 

일본 장수(김민준 )의 생전 모습, 불에 타고 있는 칼, 무라야마 준지가 주문을 외는 장면, 갑옷을 입혀 뉘여 놓은 일본 장수의 시체에서 누군가가 잘린 머리를 들고 가는 모습, 음양사들이 주문을 외고, 그 뒤에 일제 군 장교들이 서 있는 모습, 제단 위에 장수의 머리가 놓이고, 무라야마 준지를 선두로 음양사 3명이 품()자로 서서 주문을 외는 가운데, 훈도시 차림의 망나니 하나가 거대한 칼을 들고 와, 목 없는 일본 장수의 몸통에 쑤셔 박는다. 이어 참수됐던 머리와 몸을 바느질로 잇자 장수가 눈을 뜬다. 훈도시 망나니가 북을 치며 묫자리 앞을 빙글빙글 돌고, 일제 군인들이 철조망이 여러 겹 둘러쳐진 관을 거중기에 세로로 매달아 땅 속에 넣고 있다. 관 속에는 갑옷을 입고 있는 일본 장수의 시체가 들어가 있다. 주문은 외는 음양사와 뒤에 시위한 일제 군인들의 모습으로 환상이 끝난다. 병실의 광심과 자혜가 전심전력으로 주문을 외고 있다.

 

상덕 | '흙이다. 그리고 나무다. 토의 기운 위에 화, , , 금은 사계를 이룬다.'

(상덕은 눈 앞에, 피에 젖은 흙을 보다가 그 위에 피에 젖은 철혈단의 곡괭이 자루로 시선을 옮기고, 이어 오행도를 떠올린다. 상덕이 곡괭이 자루를 잡고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붙잡고 있는 오니를 쳐다본다.)

상덕 | '불과 물은 상극이고, 금과 목도 상극이다.'

 

상덕이 쓰러진 채로 힘을 쥐어짜내어, 곡괭이 나무 자루를 오니 발등에 내려 찍자, 괴로워하는 봉길의 발도 똑같이 부러질 듯 꺾인다. 오니가 고통스러워하며 잡고 있던 두 사람을 손에서 놓는다. 찍은 발등에서 연기가 폴폴난다. 상덕이 속으로 '됐다.' 하며 나무 자루를 지지해 힙겹게 일어서고, 그 모습을 화림이 놀라워 한다. 사납게 노려보는 상덕을 분노한 오니가 손을 뻗어 얼굴을 콱하고 잡는다. 이때 정신차린 영근이 상덕을 도와주고자 곡괭이로 오니의 등을 한번, 두 번 온 힘을 다해 찍지만 놀랍게도 마치 철벽을 때린 듯 아무런 효과도 없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영근을 오니가 서서히 돌아 본다.

 

상덕 | '불타는 쇠, 그것의 상극은... 물에 젖은 나무다.'

 

상덕은 나무 자루에 자신의 핏물을 잔뜩 묻힌 다음, 오니의 왼쪽 어깨를 향해 빗겨 치는데, 놀랍게도 마치 진흙덩이에 박히듯이 오니의 어깨에 쉽게 박힌다. 오니 스스로도 자신의 몸이 상한 것이 놀라운 듯, 경악하며 상덕을 돌아본다.

 

상덕 | '물은 불을 이기고!' "이얍~!"

(상덕이 때린 곳을 한 번 더 때린다. 그러자 병실의 봉길이 피를 한 바가지 토한다. 이를 본 자혜가 걱정스레 쳐다 보는데, 맞은 편의 광심이 식칼을 들고 닭의 멱을 딸 준비를 한다. 상덕이 오니에 박힌 나무 자루를 더 깊숙히 짓누르자 오니는 몸에서 연기가 풀풀 나면서 제압당한 듯이 고통에 떨고만 있다.)

상덕 | '젖은 나무는, 쇠보다 질기다.'

 

상덕이 힘을 짜내 한번 더 내려치자, 오니의 상반신이 퍽하고 두 쪽으로 갈라져 머리가 옆으로 넘어간다. 상덕은 아무 반항도 못하는 오니를 반복해서 내려쳐 점점 오니의 상체를 갈라내고, 그때마다 봉길이 고통스러워하며 피를 토해낸다. 광심은 봉길이 죽기 전에 닭의 목숨으로 대수대명(代壽代命)하고자 칼을 닭 멱에 바짝 대고 그으려는 찰나, 자혜가 "언니, 잠깐만! 피가 검어"하고 말한다. 광심이 그 말을 듣고 봉길을 돌아보는데, 검은 피를 쏟아내고 지친 봉길이 광심을 마주 본다.

 

지쳐서 무릎이 꺾였던 상덕은 나무 자루를 의지해 다시 일어섰는데, 위장 출혈이 심한지 토혈을 한다. 손에 핏물이 한가득하다. 그 피를 나무 자루에 바르면서 생각한다.

 

상덕 | '... 마지막!'

 

지칠대로 지친 상덕은 마지막 남은 힘을 모두 모아 최후의 한 방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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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오니의 상체가 완전히 반으로 갈라져 떨어져 나가고 상덕은 그대로 쓰러진다. 영근은, 오니를 물리치고 쓰러진 상덕을 놀라서 보고, 화림은 눈물어린 눈빛으로 상덕을 보다가 오니의 육체가 타들어가면서 소멸하는 것을 바라본다. 광심은 닭을 놓고 봉길에게 괜찮냐고 물어본다. 숨을 몰아쉬며 조금씩 진정되는 봉길은 눈물을 한방울 흘린다.

 

이후, "형님!", "선생님!" 하며 영근과 화림이, 쓰러져 피를 토하는 상덕에게 달려와 어찌할 바 모르는 모습을 배경으로 상덕의 독백이 깔린다.

 

상덕 | 죽는다. 다행히 그렇게 아프지는 않다. 항상 죽음과 가까이 살았다. 그래, 이번엔 그냥... 내 차례인 것이다. 죽으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편안~하게...

! 잠깐만. 딸내미 결혼식...!

 

수술실 문 앞에서 영근이 두 손을 맞잡고 기도를 하고 있고, 화림은 피 묻은 자신의 손을 쳐다보다가 화면이 암전된다.

9. 에필로그

화림이 자신의 손을 보다가 앞을 보며 암전되는 동시에 독백이 시작된다.

 

며칠동안 몇 명이 죽고, 몇 명이 크게 다쳤다. 오랜 수색 끝에 군인들은 기어코 야생 곰 한마리를 생포하는데 성공했고, 그 아무 죄없는 곰을 죽이자 살리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병실에서 화림이 침대 옆에 앉아 TV 뉴스를 보고 있다. 화림의 독백과 동시에 뉴스에서는 '...마을 주민의 제보로 CCTV를 확보해 이날 오전에 겨우 생포했습니다. 반달가슴곰으로 추정되는 이 곰을 죽일지 살릴지 찬반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애초에 주민의 안전을 위해 사살할 계획이었던...' 하고 앵커의 멘트가 흘러나오고, 화면에는 도로를 차단하고 수색하는 군인들과 생포 했다는 곰의 모습, 찬반여론 그래프가 나온다.

 

"~, 눈 떴다." 사과를 먹으며 영근이 다가와 묻는다. "형님, 정신 좀 들어요? ?" 산소 공급 튜브를 코에 단 상덕이 눈을 뜬다.

 

김 선생님은 다행히 나이에 비해 빨리 회복되었고, 그리고 봉길이는... .

 

상덕의 병실에서 영근과 화림이 피자를 먹고 있는데, 봉길이 문을 활짝 열고, 한쪽 목발만 짚고 와서는 자기 빼고 먹냐며 자리를 같이한다. 산소호흡기를 땐 상덕이 병실에 누워 있는데, 밥먹는 소리가 들린다. 상덕이 냄새를 맡으며 깨어나 옆을 돌아보니 봉길과 영근이 병원 밥을 맛있게 먹고 있다. 상덕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상덕 | "여기가 맛집이냐? 맨날 여기 와서 쳐먹냐?"

영근 | "나는 먹고 싶어서 먹는 줄 알아요? 억지로 먹는 거야. 맛있으니까."

봉길 | "맛있다."

영근 | "금식해야 하는 양반이... 나도 먹고 살아야지. 이 참에 형님도 살 좀 빼야 돼."

 

이에 상덕이 아픈 몸을 ''하고 돌리니 반대편에선 화림이 맛나게 빵과 우유를 먹고 있다가 눈을 마주친다. 상덕은 한숨을 쉬며 아예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겨울이 지나고, 모두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무렇지도 않게.

 

시간이 지나 각자 평소의 삶으로 돌아왔지만 '아무렇지도 않게.'라는 화림의 독백과 달리 후유증은 아직도 남아있다. 화림은 봉길과 함께 굿을 하다 오니의 환영이 스쳐 지나가자 깃발(오방기)을 떨어뜨려 버린다. 영근은 영안실에서 개신교식 장례에서 연도 성가를 부르다가 염을 한 시신의 눈이 하얀 천 아래에서 꿈뻑꿈뻑 뜨는 것을 보고 당황해 노래를 잇지 못하다가 맘을 다잡고 다시 부르기 시작한다. 상덕은 지팡이로 아파트를 가리키면서 건물 방향을 잘못 잡은 아파트 공사 책임자를 질책하는데, 수술 부위가 터져 피가 배어나오는 것을 겉옷으로 가린다.

 

상덕의 딸. 연희의 결혼식. 상덕의 바람대로 딸은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됐고, 상덕은 '금발머리 푸른 눈'의 사위가 올리는 큰 절을 받는다. 그 모습을 영근, 봉길, 화림이 보며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잠시 후, 신랑 신부의 양가 친지, 가족들 사진 촬영 순서가 되고, 그때 상덕이, 하객으로 참석해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영근, 화림, 봉길을 보고 "고 장로. 어이! 일로 와!" 하고 영근을 대표로 부른다. 친척들 찍는데 왜 우리가 끼냐며 손사래치는 영근과 화림을 봉길이 "가서 한번 찍어요. 어서. 아이~ 가족이나 다름없지. ." 하며 자꾸 권하자 결국 못 이기고 사진 찍으러 간다. 상덕은 딸의 속도위반 결혼이 맘에 쓰였는지, 딸을 보고 "애비 배나 딸내미 배나 이게 뭐냐. 이게."하며 농담한다. 이때, 사진식 사진사가 카메라 조리개를 조절하며 외친다.

 

"~, 찍겠습니다~. ~, 수고들 하셨습니다~. , 다같이 미소 한 번씩~. 하나, , ."

 

주인공 네 명의 얼굴이 하나씩 클로즈업 된 뒤, 상덕을 마지막으로 사진 셔터 소리와 함께 영화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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